전업 배달원 100만명 추정
저학력 농민공뿐만 아니라
석사 이상 종사자도 7만명

메이퇀, 작년 매출 20조원
전원 계약직…보험 미가입


얼마 전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아파트 현관 앞에서 만난 배달업체 메이퇀(美團) 기사가 엘리베이터 층을 눌러달라고 부탁해왔다. 입주민들에게 지급되는 카드키가 없으면 엘리베이터 이용이 불가능한 구조 때문에, 그는 자칫했으면 십몇 층을 걸어 올라갈 뻔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많이 힘들겠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힘보다도 허비되는 시간이 더 아깝다고 했다. 배달을 많이 해야 돈을 벌 수 있는데, 시간을 허비하면 그만큼 기회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중국 내 배달대행업계 1위 메이퇀이 중국에서 애증의 존재가 되고 있다. 업무가 어렵지 않고 도시 내 적응 기회도 많아 농촌 등에서 상경한 ‘농민공’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호의적 시선도 있지만, 최근에는 독과점 논란과 과잉 노동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메이퇀에 등록된 배달원 수는 950만 명으로 1000만 명에 가깝다. 이 중 약 100만 명이 매일 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문 배달업 종사자로 파악된다. 지난 1월 중국 국무원 농민공사업영도소조(農民工事業領導小組)는 전국 우수 농민공 및 관련 기업들을 표창했는데, 메이퇀은 정보기술(IT) 기업 중 유일하게 포함됐다. 국무원은 “배달원이란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고용 안정에 기여했다”고 메이퇀을 칭찬했다. 상대적으로 교육 기회가 적었던 농민공뿐 아니라 고학력자들도 구직난 때문에 또는 부업 삼아 메이퇀 배달원으로 참가한다. 메이퇀은 자사의 배달업 종사자 중 석사 학위 이상 취득자가 7만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속에 업계의 어두운 면도 드러나고 있다. 월 1만 위안(약 175만 원)이 넘는 수입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12시간을 배달해 얻는 하루 소득은 50위안(87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배달업자들의 교통신호 위반 및 사고도 급증했는데, 2017년 상반기 상하이(上海)에선 2.5일마다 1명씩 배달노동자가 교통사고로 숨졌고, 2018년 청두(成都)시는 7개월 동안 배달노동자의 교통법규 위반이 약 1만 건, 사고는 196건, 사상자는 155명이라고 집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아파트 전체가 봉쇄될 때 함께 격리된 택배기사가 단지 내에서 노숙하는 상황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메이퇀이 법망을 피해 각종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들이 정규직 직원이 아닌 계약직 하청노동자이다 보니 메이퇀은 직원들의 노동 관련 보험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 메이퇀 측은 “약 1000만 명의 보험을 책임지면 회사에 큰 부담이 된다”고 했지만, 중국 뉴스포털 왕이(網易)는 “지난해 1148억 위안(20조 원)의 매출과 47억1000만 위안(8254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메이퇀이 전업 배달원의 보험료를 부담한다고 해도 보험료는 순이익의 4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메이퇀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데는 정치적 압박 성격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왕싱(王興) 메이퇀 창업자 겸 CEO가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공산당을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한시를 SNS에 올렸는데, 이에 중국 당국이 보복에 나섰다는 것. 왕 CEO가 지난 6일 올린 한시는 당나라 시인 장갈(章碣)이 진시황(秦始皇)의 분서갱유(焚書坑儒)를 비판하려고 쓴 ‘분서갱’(焚書坑)이었고, 메이퇀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박준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