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헌, 고사관초도4, 72×91㎝, 캔버스에 아크릴, 2020 (갤러리 담 전시작)
김태헌, 고사관초도4, 72×91㎝, 캔버스에 아크릴, 2020 (갤러리 담 전시작)
5월 들어서도 백일홍 나무의 싹이 트지 않아 조바심이 났는데, 소만(小滿)이 다가오자 거짓말처럼 잎이 무성해졌다. 소만에서 망종(芒種)으로 이어지는 보름 동안이 여름의 문턱이다. 대체로 대기가 불안한 때이기도 하다. 잦았던 비 덕에 모내기 철을 앞두고 논물이 가득 찼으니 농부의 근심을 덜었다.

이때쯤 손바닥만 한 텃밭은 좀비들과의 전쟁터다. 채소 반, 잡초 반인 데다 설상가상으로 벌레들의 출몰이 소심한 성격을 자극한다. 김태헌의 ‘고사관초도’ 중 망중한인 적신(赤身)에서 내 모습을 발견한다. 다른 점이라면 나는 먹을거리에 조바심을 내고, 그는 호연지기를 얻고 있음이다.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를 패러디, 시원한 수면을 관조하는 고상한 선비의 자리에 작가가 있다. 편한 심경은 아님이 분명한데,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며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리라. 초충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어린 시절 절친 캐릭터들을 소환해 독백한다. “그래, 팬데믹 스트레스 따위 훌훌 털어내는 거야.”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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