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은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제도 개혁은 없었다. 현 정권은 어느 정권보다 검찰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정작 검찰개혁은 하지 않고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신설해 검찰의 기능과 권한을 이원화했다. 검찰권의 분산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을 수 없고, 수사권의 분산도 입법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조직법상 검찰청은 법무부 장관의 소속 기관이지만, 검찰청의 장(長)은 청장이 아니라 총장이며, 직급이 장관급이지만 국무위원이 아니고, 차관이나 청장에 해당하는 정부위원도 아니다. 헌법은 국회가 요구하면 국무위원이나 정부위원이 출석·답변을 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검찰총장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검찰청은 행정부에 속한 기관이지만 형사절차를 관장하는 형사사법기관이기도 하다.
올해 초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와 대형 참사 6개 분야에 대해 수사권을 행사하게 됐다. 그리고 검찰청법은 6대 범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대통령령에 위임함으로써 수사권의 범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검찰 수사권의 범위를 검찰청법에 특정하고 그 구체적 내용을 하위 규범에 위임하는 것은 법체계의 정당성에 부합한다고 보긴 어렵다.
헌법 제12조 제1항에는 누구든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않는다고 돼 있다. 헌법은 형사절차에서 기본적인 내용이 법률에 규정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형사절차는 언제든 국민의 신체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법무부는 검찰 조직 개편을 한다고 한다. 그 골자는 범죄 수사에 대한 검찰총장의 승인이다. 검찰의 조직개편안을 보면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형사부는 수사를 할 수 없고 반부패수사부 등 전담부서만 범죄를 수사하도록 하고, 다른 지검에서는 형사부에서만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검찰청법을 보면 검찰청은 검사의 사무를 총괄한다고 하면서,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청법은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로서 6대 범죄 수사권을 갖고 있다고 규정, 검사가 독립된 권한을 갖는 관청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보면 검사의 수사 개시에 검찰총장의 승인은 검사의 수사권 침해다.
검찰청법이 검사에게 검찰사무에 관해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르도록 하는 것과 법무장관 및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일선 검찰청이 검찰총장의 승인이 없어서 범죄 수사를 못 하면,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한 검찰청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는 검사의 독립된 수사권을 침해해 검찰개혁을 후퇴시키는 일이다. 검찰개혁은 공수처 신설이나, 수사권 분산·조정을 통한 축소로 되는 게 아니다. 지금 공수처의 행태나 LH사건 등의 수사에서 보여준 경찰의 모습에서 검찰 수사권의 필요성과 그 존재 의미를 알 수 있다. 권력형 범죄를 철저히 파헤치고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원위치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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