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가 활동했던 들불야학의 옛터이자 민중가요 ‘님을 위한 행진곡’의 사연이 시작된 장소인 광주 서구 광천동 시민아파트 ‘나동’을 보존하기 위해 지역 사회가 힘을 모았다.

광주광역시는 25일 오후 시청 비즈니스룸에서 서구, 천주교광주대교구, 광천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과 협약을 체결하고, 항후 4자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시민아파트 ‘나동’ 보존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용섭 시장과 서대석 서구청장, 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문기정 광천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 등이 참석했다.

시민아파트 3개 동 가운데 ‘나동’은 들불야학이 개설된 장소다. 들불야학은 배움에 목마른 노동자들과 함께 공부하기 위해 1978년 8월 설립됐다. 당초 광천동 천주교성당 교리실에서 시작해 학생 수가 늘어나자 시민아파트로 장소를 옮겨 운영됐다. 시민아파트에서는 윤상원 열사가 거주하면서 박용준 광주YWCA 신협 간사 등과 함께 5·18 당시 최초의 민중언론 ‘투사회보’를 제작했다. 당초 ‘님을 위한 행진곡’이 윤 열사와 들불야학 개설 주역이었던 박기순 씨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음을 감안하면, 들불야학 강학이 이뤄졌던 시민아파트는 그 노래의 사연이 시작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1980년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1982년 옥중 단식 후 사망했던 박관현 열사도 활동했다.

시민아파트는 당초 지역 최대 규모인 광천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지구(53개 동 5611세대 신축 예정)에 포함돼 철거될 예정이었으나 이날 협약으로 나동(68세대)은 보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날 협약에 따라 광주시는 시민아파트 ‘나동’ 보존 및 광천동 성당 들불 야학당 복원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지원한다. 서구청은 사업시행 인가 등에 협력하고,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광천동 성당 교리실 복원을 위해 시·구·조합과 협력한다. 조합 측은 ‘나동’ 보존에 대한 입장을 조합원에게 알리고 총회에 상정해 논의한다.

4자 실무협의체를 통한 모든 협의가 끝나면 ‘나동’은 5·18사적으로 보존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 시장은 “시민아파트는 지역 최초의 노동야학 무대이자 5월 민중항쟁의 흔적이 살아있는 역사 공간”이라며 “최선을 다해 보존을 위한 행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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