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이 앨범을 발표한 지난 21일은 방탄소년단이 ‘버터’로 컴백한 날이었다. 성시경은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의기소침해지는 부분이 있다”며 웃었다.
성시경이 앨범을 발표한 지난 21일은 방탄소년단이 ‘버터’로 컴백한 날이었다. 성시경은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의기소침해지는 부분이 있다”며 웃었다.

■ 정규 8집 ‘ㅅ(시옷)’ 으로 컴백한 성시경

“사랑 노래 안에서도 아직
표현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
할 얘기는 하는 나의 행동은
당돌한게 아니라 당당한 것”

무려 10년만에 정규 앨범
타이틀은 댄스곡 ‘I Love U’
춤추며 불러도 ‘진한 발라드’


가수 성시경(42)이 돌아왔다. 지난 21일 정규 8집 ‘ㅅ(시옷)’을 내놨다. 2011년 9월 발표했던 정규 7집 ‘처음’ 이후로 무려 10년 만이다. 물론 중간에 싱글을 발표하고, 드라마 OST도 불렀다. 가수로는 아니지만, MC로는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동했다. 요즘도 TV를 틀기만 하면 그가 나온다. 하지만 뮤지션 성시경의 컴백이 더욱 반갑고 설레는 건 그가 한국 발라드 계보를 잇는 스타로 줄곧 팬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춤추는 ‘성시경표’ 발라드

8집 발표 하루 전 화상인터뷰로 만난 성시경은 “다시 신인가수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2000년에 데뷔한 성시경은 올해로 벌써 21년 차 선배 가수다. ‘너의 모든 순간’ ‘거리에서’ ‘두 사람’ ‘넌 감동이었어’ ‘좋을 텐데’처럼 ‘성시경표’ 발라드와 ‘미소천사’ 같은 경쾌한 리듬의 댄스곡까지 히트곡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미루고 미뤘던 정규 앨범을 10년 만에 발표하면서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다. 싱글 음반 위주의 요즘 트렌드에서 14개 트랙을 한데 묶어내는 게 과연 괜찮은 일인지 판단이 어려웠다.

“그래서 타이틀곡을 댄스 장르의 ‘아이 러브 유(I Love U)’로 했어요. (우리 나이로) 마흔세 살 가수의 댄스곡입니다. 많은 분에게 ‘그래도 저 나이에 뭔가를 열심히 했구나’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아이 러브 유’ 뮤직비디오에는 분홍색 정장을 입은 성시경이 댄서들과 어울려 춤을 춘다. 과히 어려운 동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지도 않다. 워낙 큰 덩치(186㎝, 78㎏)여서 동작이 조금만 어긋나도 도드라져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부끄러워하는 만큼 어색하지는 않다.

‘아이 러브 유’가 요즘 대중의 시선에 맞춘 곡이라면, 성시경이 직접 곡을 쓴 ‘우리 한때 사랑한 건’, 선배 조규찬에게 받은 ‘방랑자’, 심현보 작사·작곡의 ‘너를 사랑했던 시간’ 등은 성시경의 여전한 ‘발라드 앓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만둘 때까지 사랑 노래만…”

성시경은 흔히 ‘20세기 마지막 발라더’로 불린다. 이문세, 변진섭, 신승훈, 윤상 이후 가요의 주류가 댄스음악으로 넘어가던 밀레니엄에 등장해 발라드의 명맥을 이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거창한 음악사와 성시경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그런 거대함을 거부한다. 음악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찾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음악의 소중함이 이야기돼요. 음악의 역할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냥 팬들이 좋아해 주는 것으로 족해요. 대중음악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냐의 문제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꼭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책임이 지워질수록 대중음악이 대중음악 같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냥 우리의 음악을 응원해주시는 것만으로 좋아요.”

이번 앨범도 이런 일관된 감정에 충실했다. 커다란 메시지보다는 사랑, 슬픔, 시간, 상처, 사람, 손길, 시련 등 ‘시옷’으로 시작하는 일상의 단어들을 음악으로 풀어냈다.

“저는 모든 걸 직접 쓰고 부르고 연주하는 원맨 가수가 아니라 좋은 작품이 있으면 내 스타일로 연기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가수를 그만둘 때까지 사랑 얘기만 하고 싶기도 해요. 성숙했을 때 부르는 사랑 노래도 좋을 수 있고, 40대에 풋풋함을 노래할 수도 있잖아요. 사랑 노래 안에서도 표현하고 싶은 게 아직 충분히 많습니다.”

◇10년 전, 그리고 10년 후

10년 전 7집 때 ‘취중토크’ 형식으로 성시경을 만나 인터뷰한 적이 있다. 군 복무로 인한 공백 후 가수로, 라디오 DJ로 왕성하게 활동할 때였다. 자타공인 ‘연예계 대표 주당’이라는 소문을 듣고 서울 약수동 시장 골목에 있는 돼지 껍데기 집에서 만나 소주를 꽤 많이 비웠다. 그때 조금이나마 그의 솔직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주당 특유의 술자리 무용담과 함께 자신에 관한 대중의 오해를 해명했다. “당돌한 게 아니라 당당하려고 하는데 이게 가끔 오해를 사는 것 같다”거나 “할 얘기는 하는 게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가 보다”고 했다. 당시의 이 말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해 보인다.

40대의 성시경과 그의 앨범에서는 이 같은 고집과 솔직함이 이어지고 있다. 성시경에게 빼놓을 수 없는 감미로우면서도 애절한 보이스, 맑고 고운 고음이 변함없다. 때론 슬픈 가사조차 아름답게 느껴지게 만드는 게 성시경의 매력이다.

앞으로 10년 후 50대의 성시경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그가 SBS 음악 프로그램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에서 느꼈던 감정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카이브 K’를 찍으면서 행복했습니다. 쟁쟁한 선배님들이 모여 함께 노래하는데 표정이 무척 행복해 보였어요. 코로나19 이전엔 많이 모였지만 이젠 모일 기회도 없잖아요. 꾸준히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고요. 정승환, 폴 킴, 악동뮤지션 같은 후배 가수들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이런 욕심이 있죠. 원조 족발집이 하나만 있으면 안 되잖아요. 족발집 거리가 다 잘돼야죠. 다만 원조가 저였으면 하는… 하하.”

성시경은 최근 KBS 2TV 새 오디션 프로그램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가수’의 MC로 발탁됐다. ‘새가수’는 1970∼1990년대 만들어진 전설적인 노래들을 지금 세대의 감성으로 노래하는 가수를 발굴하기 위한 서바이벌 오디션이다. 왠지 성시경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든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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