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키를 달구는 ‘세닷 페커’

거물급 인사 범죄행위 까발려
조회수 3000만회 폭발적 반응


이슬람 국가인 터키에서는 5월 한 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충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끌었던 뉴스가 하나 있다. 1990년대 악명을 떨쳤던 마피아 조직의 보스 세닷 페커(49·사진)의 거침없는 폭로를 담은 유튜브 영상들로 터키인들의 관심은 정계 거물급 인사들의 범죄 행위를 낱낱이 까발리는 그의 입에 쏠려 있다.

친정부 성향의 언론들이 그의 주장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데도 페커의 영상은 폭발적인 반응을 낳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난맥상과 경제난 등으로 코너에 몰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입지를 뒤흔들고 있다.

25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페커는 지난 3주간 유튜브에 ‘세닷 페커 vs AKP(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 정의개발당)’라는 제목이 달린 영상을 총 7개 게시했는데, 이 영상들(사진)은 30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올렸다. 영상에서 호텔 방을 배경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에 앉아 등장하는 페커는 전·현직 관리, 선출직 의원 등 유명 인사들의 살인, 강간, 성폭행, 부패, 마약 밀매 등을 폭로하며 터키 전역에 충격을 줬다.

페커는 정보기관이 폭력배들과 결탁해 암살을 자행하는 등 터키 정계와 마피아 간 유착이 극에 달했던 1990년대에 활동하며 수차례 복역한 경험이 있다. 그가 폭로한 AKP의 ‘범죄 세탁’ 사례는 자그마치 20년 치에 달한다.

지난해 당국 조사에 직면해 해외로 도피, 두바이에 머물고 있는 페커는 “나의 소중한 형제들, 특히 40세 미만의 이들이여, 당신들은 이 나라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들(AKP)은 우리를 힘들게 할 것이지만, 8400만 인구가 하나 돼 단결해야 한다”며 반정부 운동을 호소하기도 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실정으로 고전하고 있는 에르도안 정권은 페커의 폭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술레이만 소일루 내무장관은 페커의 주요 표적이었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도 거론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터키 관계에 관여했던 주요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페커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에르도안의 측근들은 페커 공격의 궁극적 목표물이 에르도안 대통령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페커의 영상은 SNS상에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총 12부까지 예고된 상태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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