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슬픔이 깊어도 울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를 마음속으로는 실컷 비웃고 있지만 웃을 자리가 아니어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도 있다. 내가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기쁜지는 나만이 안다. 그래서 추상적인 개념인 ‘마음’에 대해서 어린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쉽지 않다. 인지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는 어린이가 마음의 존재를 깨닫는 시점이 어른들의 예측보다 더 빠르며 언어로는 능숙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꽤 일찍부터 속말로 자신의 마음을 그려보고 있다고 말한다. 어린이의 속말은 바깥으로 들리지 않기 때문에 어른들은 어린이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섬세한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김지영의 그림책 ‘내 마음 ㅅㅅㅎ’은 어린이의 마음 얘기다. 흥이 나도 표현할 줄 몰라서 속으로만 웅얼거리고, 힘들어도 꾹 눌러 삼키면서 침묵으로 다독거려야 했던 어린이에게 마음을 설명할 표현의 언어를 일러주는 작품이다. 그림 안에도 글자의 모양이 숨어 있고 글 안에도 그림의 요소가 담겨 있다. 따라서 읽을 때 그림이나 글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번갈아 가면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읽기 비결이다. 수학의 함수처럼 완성되지 않은 글자의 빈자리에 마음의 상태를 대입하며 읽으면 된다. 만약 지금 기분이 지루하기 짝이 없다면 ‘ㅅㅅㅎ’의 두 시옷 자리에 ‘심심’을 넣고 ‘해’를 붙여 ‘심심해’라고 읽어본다. 그림을 보면 주인공의 마음을 설명하는 단서가 있다. ‘수상해’ ‘속상해’가 연달아 나온다. 주인공처럼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많은 어린이가 반길 작품이다.
이 책의 독특한 착상은 표지의 얼굴에서 시옷이 눈썹이 되고 히읗은 귀가 되며 머리카락이 ‘ㅐ’를 대신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심심해’의 미음을 닮은 8개의 텅 빈 방은 비대면 시대의 아이들 마음과 똑같다. 그림 속 단서를 단어에 연결하는 어휘 학습 방법을 ‘픽셔너리(pictionary)’라고 하는데 대개 추상 어휘보다는 구체적인 사물의 이름을 익힐 때 이 방법을 쓴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형용사를 픽셔너리로 찾아내도록 구성돼 있기 때문에 더 다양한 상상을 하는 재미가 있다. 읽다 보면 도형과 규칙에 대한 수학적 감각을 길러주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학습은 이 그림책의 목적이 아니며 그보다는 마음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종합놀이세트 같은 책이다. 울적했던 앞면의 표정이 뒷면에서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는 과정을 즐겨보시길 바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가져온 우울을 가볍게 날려버리는 작품이다. 44쪽, 1만3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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