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참 길고도 먼 길을 달려왔다. 처음부터 12년간 연재를 하라고 했다면 바로 손사래를 쳤을 것이다.
골프와 닮았다. 18홀 6.4㎞, 약 1만 보의 거리를 그냥 걸어서만 갔다가 오라고 하면 대부분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골프클럽과 공 그리고 핀과 홀이라는 매개체가 있기에 약 5시간 동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홀아웃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일보 ‘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도 한주 한주 독자, 골퍼와 소통과 교감을 하다 보니 10년을 넘어 12년을 연재한 것이다. 처음엔 연재 아이템만 제공했지만, 나중엔 글까지 써달라고 해 시작한 칼럼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
1987년 하반신이 완전 마비된 ‘마크 웰먼’이 캘리포니아에 있는 1000m의 ‘엘 캐피탄’을 정복했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한 번에 15㎝씩 7000번을 반복하면 된다”고 했다. 작은 것이라도 ‘반복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으며 성공하기 위해선 반복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12년간 글을 연재하면서 골프의 도전 정신과 룰, 에티켓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이면에는 골프가 지나치게 성적 위주로 흘러가는 것을 지양하고 인문학적 감성을 입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골프 전문화가 김영화 화백과 연재를 시작했고 많은 독자와 골퍼들로부터 응원과 칭찬, 때로는 잔잔한 지적도 받곤 했다.
단일 연재로 12년, 약 600회가 넘게 해온 것은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골프에 인문학 감성을 입히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모든 골프 서적이 ‘스코어 향상’과 관련된 책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골프 칼럼을 통해 “골프를 하면서 자연과 만나 살아 있는 것들을 확인하면서 삶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아 기쁘다.
때로는 폴 레니언이 말한, “강하게 치려고 하지 말고, 정확하게 치라”는 교훈을, 또 때로는 호러스 허친슨의 “골프는 심판이 없다. 스스로 심판하고 재결해야 한다”는 말처럼 골프 정신을 쓰기도 했다.
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을 그만두고 나니 골프에서 나를 이기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말처럼 조크와 유머도 함께 담았다.
골프는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대변하며 또 우리가 그 삶의 주인공으로서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함을 깨닫게 해준다. 미국에서는 21세 이상 성인이 되면 스스로 실종될 권리가 있다. 골프엔 처음 시작과 동시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권리와 책임이 있다. 실패를 통해 강해지고 역경을 딛고 일어서 성공하는 골프와 삶이야말로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골프는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하지 않으면 주변이 알고 삼일째는 누구나 다 알게 된다. 중국 속담에 천천히 가는 것을 뭐라 하지 말고 서 있는 것을 뭐라 하라고 했다. 또 다른 내일을 꿈꾸고 또 기회가 되면 12년을 뛰어넘는 칼럼에 도전하겠다. 서 있지 않고 천천히. <끝>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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