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웅진식품 등 이어
남양유업도 사모펀드 품으로
유통업 영세해 상대적 저평가
인수후 단기간 수익 남기기 포석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국내외 사모펀드(PEF) 업계가 굴지의 유명 유통 기업들을 속속 인수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4차 산업혁명 여파로 기로에 선 유통업계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모펀드의 인수·합병(M&A)은 비교적 영세하고 폐쇄적 경영이 적지 않은 국내 유통업계에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철저하게 수익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구조조정, 자산 매각 등에 따른 논란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기업인 한앤컴퍼니는 전날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일가로부터 창업한 지 57년 된 남양유업의 지분 전량과 경영권 일체를 3107억 원에 확보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한앤컴퍼니는 앞서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해 구조조정과 이른바 ‘볼트온’(유사기업 인수·합병) 전략을 통해 재매각에 성공했다. 한앤컴퍼니는 “기업 인수 후 기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로 기업 가치를 높여 왔다”고 밝혔다.

사모펀드의 유통업체에 대한 관심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형마트 업체인 홈플러스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소유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이커머스업계 대어(大魚)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국내 배달앱 서비스 2위인 요기요 역시 사모펀드가 유력 인수 후보군 중 한 곳으로 알려졌다. 인기 숙박 예약앱 서비스업체인 여기어때는 영국계 사모펀드가 경영 중이다. 오비맥주, 맘스터치, 로젠택배, BHC, 카페베네, 놀부 등도 사모펀드의 손길을 거쳐 갔거나 현재도 사모펀드의 관리 아래 놓인 유통기업들이다.

사모펀드가 유통 업체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수익원이 확실하고, 매입 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견 업체가 대다수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 쇄신과 가치 혁신 작업을 거치면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쉽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기업 가치 상승 기대감에 따라 매각 발표 다음 날인 이날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상한가를 기록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3~5년 내에 수익을 내고 재매각해야 하는 사모펀드의 성격상 유통업체들은 단기간 성과를 내기 좋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 충분히 매력적”이라며 “당연히 구조조정이나 비용 절감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만용·이희권 기자
김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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