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는 ‘어니언(onion)’이라 하는 것을 ‘양파’라고 부르는 것은 편리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약간의 폭력성이 개입된 것이기도 하다. 파와 닮았으되 진짜 파는 아니니 양파라고 불러 구별하는 것이다.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니어서 영어권에서는 동양인들이 즐겨 먹는 파를 어니언 앞에 ‘그린(green)’이나 ‘스프링(spring)’을 붙여서 부른다. 어니언은 어니언이되 진짜가 아니니 앞에 무엇인가를 붙이는 것이다. 그래서 ‘녹양파’와 ‘춘양파’가 된다.
과거에는 양파를 일본말 ‘다마네기’라고 하는 사람이 많았다. 둥근 구슬과 닮은 파라고 해서 ‘옥총(玉총)’이라고도 한 것의 일본식 발음이다. 그런데 시골에서는 이 말이 서울에서 온 사람을 놀리기 위한 말로도 쓰였다. ‘서울내기’와 돌림자가 맞아 떨어지니 ‘서울내기 다마네기’ 하면서 놀림과 차별의 마음을 동시에 담았다.
우리의 것을 구별해서 말할 때 요즘에는 ‘케이(K)’를 접두어처럼 쓴다. 아무래도 ‘케이팝’의 인기에 편승한 것일 테지만 케이팝이 늘 자랑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미 정통 ‘팝’을 정해놓고 아류 앞에 알파벳을 붙이고 있으니 말이다. 파는 파고 어니언은 어니언이다. 사물 이름이야 어쩔 수 없이 양파나 그린 어니언으로 지을 수밖에 없더라도 그 대상마저도 아류로 인식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파는 녹양파가 아니고, 우리 노래는 팝의 한 갈래가 아니라 우리 노래일 뿐이라는 인식도 필요해 보인다. 요즘처럼 동양과 서양이 조폭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는 시절에는 더욱더 그렇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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