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셰인 라우리가 2019년 브리티시오픈에서 클라레 저그 트로피를 들고 우승 소감을  밝히면서 눈물을 닦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일랜드의 셰인 라우리가 2019년 브리티시오픈에서 클라레 저그 트로피를 들고 우승 소감을 밝히면서 눈물을 닦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계 33위… 우승 후보엔 못들어
북아일랜드서 열려 대회前 맹훈련
예상 뒤엎고 2위와 6타차 정상에


2008∼2019시즌 마지막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제148회 브리티시오픈(디오픈)의 다크호스는 아일랜드의 셰인 라우리였다. 대회 전까지 라우리의 우승을 예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PGA투어 상위권도 아니었고,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큰 대회 우승을 차지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2009년 프로가 됐지만 PGA투어 풀시드를 받은 것은 2015년이었다. 라우리는 당시 PGA투어에서 1승을 거둔 세계랭킹 33위였다.

이인세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이인세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당시 디오픈은 북아일랜드 로열포트러시골프장(파71·7344야드)에서 열렸다. 바닷가 언덕에 있는 초원, 구릉과 러프가 우거진 곳으로 132년 전 조성된 역사적인 코스다. 2019년 디오픈 예매를 시작한 첫날 26만여 장의 입장권이 매진됐다. 스코틀랜드나 잉글랜드가 아닌 아일랜드에서 열렸기 때문.

북아일랜드 출신인 대런 클라크(2011년 디오픈 우승), 로리 매킬로이(2019년 기준 PGA투어 18승), 그레임 맥다월(2019년 PGA투어 코랄레스푼타카나 리조트&클럽 챔피언십 우승)이 출전하는 것도 흥행에 도움이 됐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는 라우리에게 돌아갔다.

라우리는 1라운드를 4언더파 67타로 마쳐 선두인 미국의 제이비 홈스에게 1타 뒤졌다. 그런데 톱랭커들은 첫날 거의 ‘전멸’했다. 매킬로이는 첫 홀 쿼드러플 보기 등 1라운드에서 9오버파로 무너졌다. 클라크는 컷 탈락했고 맥다월은 턱걸이로 3라운드에 진출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첫날에만 7오버파였고 라이벌인 필 미켈슨(이상 미국)과 함께 컷 탈락했다. 아일랜드팬들은 라우리에게 관심을 쏟았다. 그는 4일 내내 원맨쇼를 펼쳤다.

라우리는 디오픈이 열리기 전부터 골프장에서 연습에 몰두했고, 모든 상황에 대비했다. 수입이 없어 다른 직업에 종사하던 캐디를 설득했다. 두 사람의 궁합은 찰떡이었다. 라우리는 캐디가 이끄는 대로 경기를 진행했고 2라운드부터는 단독선두를 지켰다. 팬들은 열광했다. 둘째 날 홈스와 라우리는 8언더파로 공동선두. 셋째 날에는 라우리가 코스레코드인 63타로, 69타에 그친 홈스를 제쳤다. 마지막 날 갤러리들과 라우리는 일심동체가 됐다. 라우리는 차분하게 스코어를 지켰다. 5개의 보기를 했지만, 4개의 버디로 15언더파를 유지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2위에 6타 앞서 우승했다. 트로피 ‘클라레 저그’에 우승자의 이름을 새기는 장인은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미리 셰인 라우리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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