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승)가 아내를 만난 건 지난 2018년 가을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한 수제화 브랜드에서 일하고 있었는데요. 다른 브랜드 대표님이 또래 일본인 친구가 있는데 만나보라고 하셨어요. 그게 아내였죠. 아야나는 일본 시장을 주 타깃으로 하는 한국 여성의류 업체 이사로, 한국에 장기 체류하는 일이 잦았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야나가 저희 매장으로 놀러 왔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장 바쁜 시간대였죠. 인사만 나눈 채 이야기를 못 나눴습니다. 이 인연은 흐지부지되는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후, 퇴근길에 그 대표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야나가 집에 바퀴벌레가 있어 못 들어가고 있는데, 저의 집과 가까우니 가서 벌레를 잡아주라고요. 황당한 부탁이었지만,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아야나 집에 갔는데, 정작 벌레는 어딘가로 숨어버려 잡지 못했죠. 아야나가 미안하다고 차를 대접해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게 됐어요. 그리고 저의 사랑이 시작됐습니다. 어른스러운 아야나에게 반해버렸거든요.
이후 저희는 자주 만나며 마음을 키웠습니다. 곧 진지한 사이가 됐죠. 하지만 한 달 만에 아야나는 일본으로 돌아갔습니다. 한·일 양국을 틈날 때마다 오가는 장거리 연애 끝에 평생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게 꿈이었는데요. 항상 가족을 우선시하는 아야나의 모습을 보며 미래를 그리게 됐어요.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장애물이 생겼습니다. 지난해 2월 아야나가 일본에 간 후 만남은 기약 없이 미뤄졌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저희는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아야나는 배우자 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왔고요. 떨어져 지내는 동안 힘들었지만, 아야나와 함께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견뎠습니다. 이제 결혼 9개월 차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멋진 결혼식을 올릴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둘이 함께라면 언제나 행복할 거라고 믿습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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