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3.7%로 조성 전력기금
사용처에 ‘원전 감축 비용’ 추가
준조세로 탈원전비용 메꾸는셈
中企 부담금 ‘지출 1위’ 기금을
정부가 쌈짓돈처럼 써 큰 논란
사실상 세금인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으로 탈(脫)원전 비용을 메꾸게 되는 법적 근거가 1일 마련됨에 따라 지속적인 원전 감축으로 향후 국민이 지게 될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탄소중립(탄소 순배출 0)으로 세계 각국이 원전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번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굽히지 않으며 천문학적 규모의 비용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떠넘겨질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전력기금은 특히 기업들이 지출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며 경감을 요구하는 기금 중 하나인데 정부가 정권 입맛에 맞춰 쌈짓돈처럼 꺼내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금은 국민이 매월 내는 전기요금의 3.7%를 걷어 조성한 일종의 준조세다. 이날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의 국무회의 통과는 정부가 2017년 10월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통해 “원전 감축과 관련해 사업자가 지출한 비용을 여유재원을 활용해 보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약 4년 만이다. 오는 12월 초 정부가 비용 보전 범위 등 세부 내용을 담은 하위규정을 발표하고 관련 위원회가 구체적 보전 수준을 산정할 예정이다. 설비 잔존가치나 부지 매입 비용 등이 보전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따라 폐쇄·백지화·보류된 원전 7기가 당장 적용 대상이 된다. 이때 최소 수천억 원이 국민 주머니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무경(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원전 7기의 손실 비용은 한수원 자체 추산 1조4455억 원에 달한다. 한수원은 사업이 보류된 상태인 신한울 3·4호기 외에 월성 1호기,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의 손실 비용 6665억 원에 대해 우선 보전을 청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월성 1호기의 경우 약 7000억 원을 들여 개·보수했다가 조기 폐쇄하며 수천억 원의 세금이 허공에 날아갔는데 이를 또다시 세금으로 메꾸는 셈이다. 신한울 3·4호기까지 중단이 확정될 경우 7790억 원이 손실 비용으로 추가되고, 원전 축소 정책이 지속될 경우 국민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보전 비용 출처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전력기금은 2018년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지출이 가장 많은 부담금’ 1위로 꼽혔을 정도로 기업들이 요율 인하를 촉구하고 있는 기금이다. 경제계에서는 전력기금의 요율을 현재보다 1%포인트만 인하해줘도 기업의 숨통이 트이고, 기업 포함 전 국민의 납부 부담이 연간 약 6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해 발의된 ‘에너지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될 경우 탈원전 비용 보전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과 별도로, 국회에서 진행 중인 에너지 전환 관련 법률제정 논의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며 “법 통과 시 사업자뿐 아니라 해당 지역 등에 대한 지원도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