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로 추락할 위험성 상존
지구촌 파편감축 노력 불구
강제성 없어 해결엔 미지수
1997년 1월 22일 미국 오클라호마 털사의 공원을 산책하던 로티 윌리엄스는 하늘에서 번쩍이는 빛을 보았고, 이내 정체 모를 금속이 날아와 그녀의 어깨에 부딪혔다. 이 물체는 6인치 길이의 금속 파편으로 몇 달 전 발사한 델타 로켓의 잔해로 밝혀졌다. 사람이 우주 잔해물에 맞은 최초의 사건이다.
우주 잔해물(space debris) 또는 우주 쓰레기(space junk)라고 부르는 이 물체는 수명을 다하거나 고장으로 작동을 중지한 인공위성에서부터, 얼마 전 인도양에 추락한 중국의 창정-5B 잔해와 같은 로켓 부속품, 위성 파편 등 크기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 중 일부는 지구 대기로 진입해 유성처럼 불타 없어지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문제는 이 잔해의 크기가 몇 ㎝에 불과하더라도 초속 7.8㎞로 빠르게 이동하고 제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물체와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인류가 쏘아 올린 인공위성이 7000개가 넘고 현재 식별 가능한 파편이 1만5000개 이상이다. 케슬러 증후군(지구 주위를 도는 우주 물체의 밀도가 어느 수준을 넘으면 서로 충돌해 기하급수적으로 우주 잔해물이 늘어나게 되고, 결국 인공위성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나리오)이 더는 기우가 아니다. 애니메이션 월·E의 주인공이 지구를 떠나는 우주선에 매달려 끝이 보이지 않는 우주 부유물들을 뚫고 나가는 게 가까운 미래의 모습일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도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저비용, 고효율을 앞세운 위성 프로그램 개발이 한창이다. 초소형 위성과 군집 위성 프로그램이 지구 주위 우주 물체 개수를 가파르게 늘리고 있다.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1만2000개에 달하는 소형위성을 발사해 지구 전역에서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벌써 1300대가 넘는 위성을 궤도에 올렸다. 인터넷 연결이 어려운 오지의 관측소에서 자료를 수신하기 위해 비싼 위성 통신료를 지불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우주 잔해물을 엄청나게 양산할 수 있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특히 지상 망원경 관측 자료를 사용하는 천문학자에게는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는 중이다. 2019년 11월 칠레 CTIO 천문대에서 하얀 줄이 죽죽 그어진 천체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 줄을 남긴 주인공이 바로 스타링크 위성들이다. 별보다 빨리 움직이는 인공위성이 천체사진에 흔적을 남기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밝은 빛을 뿌리며 날아가는 스타링크 위성의 흔적은 지상 망원경 시대의 종말을 예감할 만큼 강렬했다.
물론 끝없이 늘어나는 우주 잔해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우주 잔해물을 추적해 충돌과 추락을 예측하며, 이들을 수거해 대기로 진입시켜 불태우는 방식 등을 시험 중이지만 갈 길이 먼 듯하다. 기존의 잔해물을 줄이기 어렵다면 추가로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2010년 유엔에서는 우주 잔해물을 줄이기 위한 우주개발 권고안을 발표했다. 모든 위성은 고도 2000㎞ 이하 저궤도로 설계해 임무 종료 후 남은 연료로 대기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대형 위성은 육지에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진입 시 제어하며, 3만6500㎞ 상공에 있는 정지궤도 위성의 경우 지구 대기까지 진입이 어려우므로 더 높은 곳으로 보내 충돌을 방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일 뿐 강제 적용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1997년 지구를 떠난 미국의 토성 탐사선 카시니는 2017년 9월 20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마지막 임무에 돌입했다. 혹시 모를 우주 물체와의 충돌과 추락에 의한 외계 환경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토성 대기로 뛰어들어 불꽃으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과학적인 성과만으로도 충분히 빛나는 카시니였지만 우주에 불필요한 잔해물을 남기지 않으려는 아름다운 마무리에 큰 박수를 보낸다.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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