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꽤 오래 근무했던 학교를 뒤로하고 새로운 학교로 옮겼다. 20년 넘게 교직에 있었지만, 여전히 새 학교는 낯설고 두렵다. 누구에게나 오늘은 처음이듯 출근길과 교실, 학부모, 동료 등 모든 것이 처음이었는데 벌써 6월이 됐다. 지난달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이들을 위해 이것저것 챙기고, 어버이날을 맞아 반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 선물도 준비했더니 많이 분주했다. 하지만 신선한 오렌지 향 같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부모님을 위해 열심인 모습에 뿌듯함으로 어깨가 절로 올라갔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영락없는 선생임을 확인한다.
학교의 5월은 매우 바쁜 시기 중 하나다. 여러 행사를 챙기고 마음을 추스르다 보면, 어느덧 5월 15일 그날에 이른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은 감사의 편지와 전화가 오가던 과거와 달리 학교 공동체에는 부담스러운 날이 돼 버렸다. 무얼 해도 그렇고 하지 않아도 그런, 어중간하고 불편한 기념일이 바로 스승의 날이다. 여느 때처럼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과 헤어졌는데, 오후에 학부모에게 문자 메시지가 왔다.
“선생님, 소현이가 오늘 선생님께 드릴 것이 있다고 어제 뭔가를 열심히 썼는데 못 전해 드렸다고 차에서 내리지 않고 엉엉 울고 있어요. 월요일에 가져다 드리라고 할게요.” “저런, 선생님은 괜찮다고 꼭 전해주세요!” 순수하고 예쁜 아이 소현이가 큰 눈망울로 속상해하며 울었다고 하니 마음이 짠했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일찍 소현이가 발그레한 얼굴로 조심스레 다가왔다. “선, 선생님, 제가 드릴 것이 있어요.” “그래, 뭐야?” “제가 쓴 편지예요!”라고 하면서 편지 봉투 하나를 쑥 내밀고 달아나듯 나가버렸다. “1학년 학생이 아직 글도 잘 모를 텐데…”라고 생각하며 살포시 봉투를 열어보았다. “선생님, 늘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해요. 김소현 올림” 몇 번을 지웠다가 꾹 눌러 쓴, 삐뚤빼뚤한 글씨가 예쁜 병아리 그림과 함께 적혀 있었다. 한글을 잘 몰라 엄마에게 묻고 글씨를 쓰고 지우고 했을 소현이의 고사리 같은 고마운 손이 떠올랐다. “고마워 소현아!”
감사 문자 메시지나 이모티콘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감사해요, 사랑해요, 선생님 덕분입니다”라고 적힌 아이와 학부모님들의 편지다. 매년 모아둔 아이들의 편지가 제법 많아서 벌써 상자 하나를 가득 채웠다. 가끔 지치고 힘들 때, 꺼내 보면서 내 마음을 추스르곤 한다. 요즘 시대에는 더 편리하고 빠른 방법도 많겠지만, 상자 속에 포개 놓은 편지가 주는 위로·격려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감사의 달 5월이 이미 지나갔지만, 서랍에서 편지지를 꺼내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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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 감사편지 공모전/
주제 : 편지를 통해 선생님, 부모님,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 전하기
응모자격 :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생 및 청소년
접수기간 : 2021년 3월 1일(월)∼6월 30일(수)
접수방법 : 인터넷 검색창에 ‘초록우산 감사편지’ 검색 또는 전화 신청(1833-3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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