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창호(34)·김혜정(여·30) 부부

저희는 회사 입사 동기입니다. 사내에서는 ‘스케치북 커플’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편이 회사에서 제게 영화 ‘러브액츄얼리’처럼 스케치북을 넘기면서 고백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희는 서로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않았어요. 2011년 입사 교육 당시 극기훈련 상황이었는데 남편이 산을 오르면서 다른 여자 동기의 손을 잡아 끌어주었어요. 그 모습을 본 저는 ‘저 남자 뭐야, 힘 자랑 하나?’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했어요.

어느 날 남편을 비롯한 입사 동기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저는 “오빠, 아무 여자 손이나 잡고 그러는 거 별로예요”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남편은 본인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그런 지적을 한 것에 기분이 나빴다고 해요. 남한테 지적받을 만큼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인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고도 합니다.

돌이켜 보면 그 행동이 신경 쓰였던 이유는 제가 남편에게 호감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남편도 제가 그렇게 말한 이후에 제 당찬 모습에 눈길이 더 갔다고 합니다.

남편이 쉬는 날에 우리 집 앞에 찾아왔어요. 저는 순간 이 남자가 고백할 것 같다는 느낌이 왔어요. 그렇게 저희는 입사 2개월 만에 커플이 됐습니다.

저희는 같은 회사였지만 근무시간이 서로 달라 만날 시간 만들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전화나 문자로 주로 연락했어요. 당시 저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20자 이내의 문자로 마음을 주고받았죠.

유명한 스케치북 이벤트를 한 것은 사귄 지 1주년 되는 날이었어요. 남편 계획은 스케치북 고백을 다 마친 다음 반지를 주는 것이었는데, 제가 근무 시간이라 반지는 못 받고 자리를 떴어요. 물론 근무 후에 받아줬지만요. 저희는 2017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10년이 넘도록 저를 사랑해주는 남편, 육아에 참여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이야기해주는 남편이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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