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평화 명기 한·미 공동성명
동맹 영역 한반도 밖 확장 의미
친중에서 동맹 강화로 선회 文
대만과 한·일 방어는 한 덩어리
中 대만 침공시 동북아도 위험
동맹 기반해 방위력 강화해야
30년 가까이 망각됐던 대만이 갑작스레 대한민국의 안보 영역으로 진입했다. 1992년 한·중 수교 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면서 대만과의 공식 외교관계는 단절됐는데 어찌 된 일인지 5·21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이 강조됐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대만의 평화가 위협받을 경우 한·미가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동맹의 영역이 대만으로까지 넓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 동맹의 한반도 밖 확장은 역대 어느 정부도 시도하지 못한 일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친중 경도가 심했던 문 대통령이 중국이 내정(內政)이라고 주장하는 문제에 대해 미국과 공조를 택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합의를 성명에 넣기 위한 고육책이었든, 북한이 싫어하는 ‘완전한 북핵 폐기(CVID)’ 표현을 빼기 위한 꼼수였든 간에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외교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뤄냈다. 앞으로 이 공동성명은 한·미 동맹을 안보·첨단기술·보건협력 등 전방위 글로벌 동맹으로 퀀텀 점프시키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워싱턴에서는 대만을 한·일 방어와 묶어서 보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 같은 기류는 문 대통령 방미 직전 열린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폴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 인준청문회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청문회장에선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 압박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톰 틸리스 상원의원), “중국이 대만 공격에 앞서 주한미군 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한 대책은 무엇인가”(조시 홀리 상원의원) 등 질문이 쏟아졌다. 라캐머러는 ‘인준이 되면 상황 점검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식으로 답변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왜 미·일 공동성명과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을 넣었는지 이유가 드러난다. 한·일이 대만 방어에 힘을 합치지 않으면 제2, 제3의 대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신뢰 위기에 몰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종신 집권용 카드라는 해석이 많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싱크탱크 중국양안아카데미 보고서를 인용, “전쟁 직전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만해협의 무력충돌위험지수가 장제스(蔣介石) 총통과 마오쩌둥(毛澤東)이 싸우던 때보다 높다는 게 그 근거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최근 유튜브 강의에서 “중국이 대만 침공에 나설 경우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대만 상륙전을 벌이기 어려운 데다 제공권을 장악하기도 쉽지 않아 승리가 어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미군은 대만 방어가 쉽지 않다고 보는 듯하다. 국방부가 18차례 진행한 중·대만 워게임에서 중국이 완승했다는 내용이 최근 뉴욕타임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청문회 말미에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지 못할 경우 한·일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가”(릭 코스트 상원의원)라는 질의가 나온 것도 그런 배경이다. 이에 대해 라캐머러는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전투태세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대만 사태가 동북아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일본은 이런 사태에 대비하며 쿼드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한·미 공동성명의 대만 부분에 중국이 반발하자 “매우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내용”이라고 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미국 기류에 무지한 ‘외교 문맹’임을 자인한 것이고, 중국 압박을 모면하기 위한 교묘한 말 비틀기라면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동맹의 신의를 저버린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사일 사거리를 800㎞로 묶어놓은 미사일지침도 없앴다. 일각에선 미사일 주권 회복 운운하지만 동북아 정세 격변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미국이 동맹 방어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중국이 북한과 연대해 공격할 가능성에 스스로 대비하라는 시그널이다. 한·중 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모호하게 포장돼 대중견제 의식은 무장해제된 상태지만, 중국은 대한민국의 안보·경제, 나아가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위협국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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