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측 “규정 위반 회식 강권”
1년전 또다른 상관 성추행때도
상관 “가해자 징계땐 빨간줄
연금 못받는다”며 합의 종용
성추행당한 뒤 지난 5월 22일 극단적 선택을 한 충남 서산의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여군 부사관 이모 중사가 1년 전에도 다른 부대 상사인 A 부사관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이를 상관에게 알렸음에도 무마된 것은 ‘강제추행에 이은 군의 조직적인 회유·무마’가 관행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중사 유족 측은 3일 구속(2일)된 가해자 외에 1년 전 회식자리에서 이 중사를 성추행한 A 부사관을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장을 냈다. 국방부 검찰단은 간부들의 조직적인 회유·무마 의혹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유족 측 변호인인 김정환 변호사는 “다른 가해자에 의한 강제추행이 1년 전쯤 있었고 그때도 상부에 보고했음에도 같은 상관에 의해 조직적인 은폐가 있었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군 검찰단은 1년 전과 지난 3월 2일 회식자리에 군 상사인 B 부사관이 함께 있었으며 성추행 신고 후 이 중사를 회유하는 데 모두 관여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유족 측은 “1년 전 이 중사가 참석한 회식자리에서 다른 부대에서 파견 온 상관인 부사관이 회식 도중 이 중사 어깨에 팔을 두르고 허리를 만진 성추행 사건을 부대 내 상담관에게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중사 아버지는 “그쪽(직속상관)을 통해서 (가해자가) 징계를 받으면 연금도 다 받지 못하고 빨간 줄이 간다며 합의를 종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공군 군사경찰이 지난 3월 2일 성추행 사실을 신고한 이 중사를 통해 수사 초기 성추행 상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한 뒤에도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는 가해자를 석 달 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군은 군인이기 때문에 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수사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군의 논리대로라면 군 사건과 관련해서는 아무도 구속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된다”고 비판했다. 공군 군사경찰은 또 이 중사가 사망한 지 약 열흘이 지나서야 장모 중사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블랙박스에는 이 중사가 차량에서 장 중사(구속)의 성추행에 저항하며 “하지 말아 달라. 앞으로 저를 어떻게 보려고 이러느냐”는 절박한 목소리가 담긴 음성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군의 이번 사건 은폐과정에 방역 규정상 회식이 허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회식 사실을 감추려 한데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성추행 무마·회유 사건의 본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따른 군내 조치로 군 지휘체계상 외부에서 회식을 못 하게 돼 있음에도 상사인 B 상사가 규정을 위반하며 부하인 이 중사를 회식 자리에 불러낸 게 발단”이라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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