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우주탐험 / 노성열 지음 / 이음

뇌를 작은 우주라고 한다. 대우주만큼이나 많은 비밀과 신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에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로 대표되는 뇌 과학 바람이 한차례 불었을 때 국내에도 관련 도서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대부분 과학 전공자인 교수나 고교 교사가 아동과 대중을 위해 쉽게 풀어쓴 입문서부터 분야별 전문서적까지 다양한 책을 선보였다. 해외의 유명 뇌 과학자들이 쓴 자서전, 에세이도 번역해 소개됐음은 물론이다. ‘뇌 100% 활용하기’ ‘뇌 건강 지키는 법’ 같은 제목이 한동안 방송과 포털, 유튜브에서 활발하게 검색됐다. 이렇게 뇌는 우리 곁으로 오는가 싶었지만, 2016년 알파고 사건이 벌어지면서 인공지능(AI)이 단숨에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세돌의 패배는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AI 변호사, AI 의사, AI 화가들이 차례로 출현했다. 대통령이 TV 화면에 나와 AI 강국을 소리 높이 외쳤다. 온통 AI가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것처럼 보였다. 뇌는 추억으로 잊히는 듯했다.

2021년 과학 전문기자인 저자가 한 권의 뇌 과학 입문서를 내놓았다. 그의 지적 편력은 경로가 특이하다. AI에서 시작해 뇌로 왔다. 약 1년 전에 AI 현장 리포트 격인 책을 쓴 적이 있다. 왜 그럴까. 저자는 뇌를 자연지능이라고 부른다. 자연지능은 AI의 원본이다. 뇌를 모방한 AI를 공부하다 보니 자연히 상류에 해당하는 뇌과학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연지능과 AI를 융합한 ‘하이브리드(hybrid) 지능’이 미래의 지능이 될 것이라 단언한다. 이는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가 말하는 트랜스휴먼, 포스트휴먼과 유사한 개념이다. AI의 도움을 받은 증강인간이 그렇지 못한 보통 인간을 압도하고 지배하리라는 예언 말이다.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이 AI와 인공생명을 만들어내는 정보기술(IT) 혁명, 생명공학(BT) 혁명의 초입에 접어들면서 뇌 우주 탐험은 더 중요해졌다. AI와 자연지능, 인공생명과 천연생명. 둘 사이를 잇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문학도 과학 기자 출신답게 본인이 고생하며 깨우친 뇌의 최신 지식을 비전공자도 알기 쉽도록 가장 일상적인 언어와 비유로 풀어냈다. 뇌 과학을 가볍게 맛볼 수 있는 ‘관광 코스’부터, 뇌 과학의 이모저모를 자세히 알고 싶은 ‘학자 코스’까지 다양한 독서법을 제시해 완독의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게 한 것도 장점이다. 288쪽, 1만8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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