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차관의 멘토들

김장실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지식인 사회와 밀착된 부처에서 일한 것이 인생 최대의 축복”이라고 말한다. 그가 사무관 시절 근무한 문화공보부(문체부 전신) 조사과는 중장기 국정 기조를 홍보하는 부서였다. 당시 김 전 차관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내로라하는 학자들을 만나 정부를 향한 쓴소리를 듣는 일이었다. 가난한 집안 형편에도 고등학교 때부터 시사잡지와 일간지를 꼼꼼히 읽으며 지식인들의 이력을 머릿속에 정리해 놓은 게 도움이 됐다. 김 전 차관은 “평생의 ‘멘토’인 진덕규 이화여대 명예교수, 김학준 전 인천대 이사장, 박순영 연세대 명예교수 등과 그때 처음 인연을 맺었다”며 “민주화 열망이 분출하던 시기, 그들로부터 ‘시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얘기를 들으며 세상 공부를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이들 ‘멘토’는 미국 유학을 떠나는 데에도 큰 영향을 줬다. 김 전 차관은 “당시만 해도 공무원이 ‘박사 유학’을 가는 게 흔하지 않았다”며 “젊을 때 ‘지적 보충’ 없이 소진만 하면 오래 가기 힘들 것이라는 조언을 듣고 어렵게 결심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유학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준 건 역시 ‘노래’였다”며 “한인 교포가 운영하는 방송에서 KBS ‘가요무대’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고 했다. “한국이 그리워 더 열심히 공부했는지도 몰라요. 월요일부터 금요일은 새벽 다섯 시까지 밤잠 안 자고 노력한 덕분에 문체부 최초의 ‘박사 공무원’이 됐지요.(웃음)”

그는 또 지식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지도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언어의 극적 구사력’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대중의 마음을 훔치는 화법이란 결국 미래를 통찰하는 ‘예견력’, 좌고우면하지 않는 ‘결단력’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요. 프랭클린 루스벨트, 존 F 케네디, 로널드 레이건은 모두 이런 덕목을 지닌 리더들이죠. 정치권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2030 세대가 약진하는 한국 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은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특출난 언어 구사력으로 시대를 꿰뚫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드는 사람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겁니다.”

한편 경남 남해 출신인 김 전 차관은 1979년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 보좌관, 한국예술종합학교 사무국장, 문체부 1차관, 예술의전당 사장 등을 지냈다. 2012~2016년엔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으로 활동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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