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마디가 집단행동 좌표
조국 전 장관 ‘피해자 코스프레’
與 대표가 혹세무민하며 아부도
‘정권 편향’ 검찰총장 임명 강행
‘면죄부 장치’ 겹겹이 만들어도
유한한 권력이 끝까진 덮지 못해
독재 체제에서 최고 권력자의 말과 생각은 하수인들의 초법적 기준이다. 문재인 정권도 그 전형이다. 대통령 한마디는 집단행동의 좌표(座標)다. ‘위선과 파렴치의 대명사’로, 형사피고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감싸며 의인(義人)으로 떠받드는 행태도 그런 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가 4·7 재·보궐선거 참패 요인 중 하나라는 보고서를 내고도, 그를 향한 낯뜨거울 충견(忠犬) 경쟁까지 벌인다. 법원이 확인한 사실조차 거짓말로 왜곡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두고, 송영길 대표는 “일부 언론이 검찰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쓰기해 융단폭격해온 것에 대한 반론 요지서”라며 혹세무민했다. 조국 일가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어둠의 군주’로 매도한 조 전 장관에 대한 아부다.
차기 대선 주자들인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는 각각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거나 “가슴이 아리다”고 했다. 어느 의원은 “그는 바른 세상을 만들어가려고 했던 사람이다. 국민 소망이 투사된 선봉장인데 검찰과 언론이 무참히 도륙했다”고 했다. “먼 훗날 그가 뿌린 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나무가 크게 자라 있기를 기대한다”고 한 의원도 있다. 그 출발점은 문 대통령 말이다. 11가지 불법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 대해,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겪은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조국 감싸기 좌표다.
문 대통령은 주문한 대로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던 윤 전 총장을 몰아냈다. 그러고는 ‘정권 편향’ 비판을 받는 김오수 총장 임명을 강행했다. 정권 범죄에 대한 ‘면죄부’ 좌표 설정으로 비친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그의 정치 편향성을 문제 삼아, 감사위원으로 제청해달라는 문 대통령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김 총장은 ‘박근혜 정부 법무부 차관 김학의’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에 연루된 피의자이기도 하다. 그에게 문 대통령은 “공정한 검찰로 거듭나는 데 큰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윤 전 총장 경우에 비춰, 문 정권은 혐의가 있더라도 덮어야 ‘공정한 검찰’이라는 의미로 들릴 만하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켜나가겠다”면서도 “6대 중요 범죄 등에 대한 직접 수사는 필요 최소한으로 절제돼야 한다”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검찰 조직 개편안에 맞장구친 것과 다름없다. 개편안은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범죄 수사권조차 무력화한다. 전국 지방검찰청과 지청에선 권력 범죄 혐의를 포착해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승인 없이는 수사할 수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코드화에 더해, 서울중앙지검 일부 보직만 ‘코드 검사’로 채우면 정권 범죄 수사는 피할 수 있다는 발상으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결정판이다. “정권 범죄 수사를 제도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일선 검사들이 항변하는 이유다. 이제라도 ‘코드 총장’ 오명을 더는 듣지 않으려면 ‘검수완박’부터 직을 걸고 막아야 한다.
문 대통령의 한마디가 직간접적 출발점인 사건은 널려 있다. 임기 종료가 가까워지면서 더 불거질 개연성도 있다. 문 대통령의 ‘30년 친구’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선거 공작에 나선 사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을 하고도 감사원 감사에 앞서 증거 자료를 대거 불법 폐기한 사건 등은 수사로 그 실상이 상당 부분 드러났다. 박범계 장관은 취임 전이던 지난해 10월 16일 민주당 의원으로 국정감사를 하며, 범죄인 공무원의 원전 자료 불법 폐기를 합리화하기도 했다. “감사 저항이 이렇게 심한 감사는 처음”이라는 감사원장 증언에 대해, 박 의원은 “감사 저항이라는 말은 틀린 것”이라고 했다. “감사받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것이 문 대통령에겐 법치 주무 부처 장관 부적격이긴커녕 되레 임명 이유로 작용했을 수 있다. 울산 사건 형사피고인인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불법 출금 사건 피의자인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을 국정에 계속 참여시키는 배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검찰 파괴를 포함한 ‘면죄부 장치’를 겹겹이 만들어도 정권 범죄를 끝까지 덮을 순 없다. 그 몸통과 하수인들 말로(末路)는 동서고금 역사가 분명히 보여준다. 반드시 단죄된다. 모든 권력은 유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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