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배출 단 한곳도 없어
냉동음식·화장품통도 종량제에
‘제로웨이스트’커녕 환경불감증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분리수거일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생수병 등 투명 페트병 배출 전용 포대에 간장병, 맥주 페트병, 샴푸 용기 등 유색 페트병과 배달 용기 등이 가득 들어 있었다. 탄산음료, 생수 등의 투명 페트병이 들어 있는 마대를 봐도, 겉면 스티커나 비닐 포장지가 뜯기지 않은 채 그대로 버려진 페트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경비원 설명에 따르면, 전체 쓰레기 중 절반가량이 분리배출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시행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에 따라 오는 26일부터 과태료가 부과되는 단지다.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본보 경찰팀 기자 5인이 지난 2주간 서울·경기 일대의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을 찾아 마대, 종량제 봉투 등을 직접 뜯어 확인해 본 결과, 기준에 따라 분리수거·배출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사실상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이 일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 운동의 핵심인 분리배출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자 5인은 페트병 마대 확인에 더해 △서울 마포구 A 오피스텔 △영등포구 B 원룸 △강서구 C 아파트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D 빌라 △수원 영통구 E 주택가 골목 등에서 종량제 봉투 20개를 뜯었다. 이 결과, 주택가에서 쓰레기봉투에 재활용품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담는 ‘혼합배출’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었다.
마포구 A 오피스텔에 버려진 20ℓ 종량제 봉투는 풀자마자 악취가 풍겼다. 기자는 급히 KF94 마스크를 두 겹으로 착용했고, 비닐장갑도 꼈다. 봉투 안에는 냉동된 음식물, 플라스틱 화장품 통, 일회용 컵에 담긴 먹다 남은 커피가 한데 뒤섞여 나왔다. 영등포구 B 원룸 분리수거장의 봉투에는 배달 용기, 과자 비닐, 참치캔, 소주병, 페트병, 다 쓴 치약과 클렌징폼, 샴푸 용기뿐 아니라 포장지를 제거하지 않아 내용물이 가득 담긴 도시락용 김과 배즙 등도 보였다. 일산동구 D 빌라 봉투에는 찌꺼기가 그대로 있는 컵라면 용기, 슬리퍼가 들어 있었다. 영통구 E 주택가 골목에 버려진 봉투에는 생수병, 화장품 용기 등으로 가득했다. 취재팀은 뜯은 쓰레기를 새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렸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특히 1인 가구의 경우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분리배출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별로 자원관리도우미 제도를 적극 활용해 생활폐기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보름·전세원·정유정·최지영·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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