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사표를 ‘조용히’ 수리했다. 그것도 사표 제출 이후 6일이나 뭉개다가 음주 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주폭(酒暴) 동영상이 만천하에 공개되자 마지못한 듯 그렇게 했다. 이런 사람이 법치를 관할하는 고위 공직자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은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전 차관의 임명 때부터 부적절 인사라는 많은 사유가 제기됐음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다. 그런데 어물쩍 넘어갔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런 사람을 기용하고 끝까지 감싼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주폭 동영상까지 경찰이 입수한 상황에서 그를 황급히 임명했다. 추미애 당시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추진에 반발해 징계위원장을 맡은 고기영 차관이 사퇴하자 대타로 투입한 것이다. 경찰은 ‘내사종결’로 신분 세탁을 해주었다. 법원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이 인용되자, 문 대통령은 징계안을 재가만 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주폭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데도 인사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경찰의 마지못한 듯한 수사만으로도 주폭을 넘어 증거인멸교사 등 온갖 범죄 혐의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사건 발생 이틀 후 택시 기사에게 합의금 조로 1000만 원을 주면서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는 기사의 진술도 있었다. 이 전 차관 본인도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시기여서 드리게 됐다”고 시인했다.

경찰에는 영상을 보고도 “못 본 걸로 하겠다”는 내부 CCTV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초기에 경찰은 온갖 거짓말로 덮으려 했다. 서울경찰청 등 상층부에 수차례 보고해 놓고도 끝까지 거짓말을 했다. 수사 책임자인 서초경찰서장은 책임은커녕 되레 영전하고 아직 조사조차 받지 않았으며 말단 경찰관들만 처벌받게 생겼다. 이성윤 지검장이 관할하는 서울중앙지검도 영상을 확보하고도 지금까지 침묵으로 방조했다. 일선 경찰부터 경찰 간부, 서울중앙지검까지 연루된 총체적 범죄다. 그 정점에 문 대통령이 있다. 언젠가 진실을 재규명하고 엄정히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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