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 임기말 政·檢갈등
‘권력의 정파적 이해’ vs ‘엄정 법집행’ 충돌이 갈등 초래…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검수완박’으로 무력화 시도
文정권, 권력 불법 눈감고 이중·삼중 잠금장치 채우며 방탄인사로 검찰 개악 반복… 대통령을 무소불위로 만들 뿐
갈등의 본격적인 시작은 ‘조국 사태’를 둘러싼 입장 차이에서 비롯됐다. 갈등의 실체는 산 권력 수사에 대한 정권과 검찰의 충돌이다. 정부가 지난 주말 단행한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친(親)정권 인사들을 승진시키고 산 권력 수사를 막기 위해 이중·삼중 잠금장치의 방탄인사를 한 것은 정권이 부르짖는 ‘인사권을 앞세운 검찰개혁’의 본색이 드러난 사건이다.
◇검찰개혁은 檢 무력화
문재인 정부 초기에 가장 강조됐던 정책과제는 검찰개혁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의 늑장수사, 봐주기 수사에 실망했던 국민은 문 정부 초기의 검찰개혁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그러나 문 정부가 검찰을 앞세워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비리나 양승태 사법부의 이른바 사법 농단 의혹 등에 대한 적폐몰이식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본래 의미의 검찰개혁이 흐려지고 본질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정부와 여당은 더 나아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거여(巨與)의 힘을 앞세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강행 통과시켰다. 그 결과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됐고, 6대 범죄를 제외한 수사권 대부분이 경찰로 이관됐다. 더욱이 공수처까지 출범하면서 검찰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강화됐다. 정부·여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까지 내세우면서 검찰청법 폐지법안, 공소청 설치법안을 발의했다.
검찰개혁이 정당화되려면 그 권한을 이관받는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경찰수사는 정치적 외압에 취약하며, 공수처는 여전히 위헌 시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수사인력과 전문성 부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권의 검찰개혁론은 국민의 인권침해를 조장하거나 방치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즉 검찰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검찰에 대한 보복이고 길들이기이며 검찰 무력화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文 정권 정·검 갈등의 요인
정부·여당이 검찰 길들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계기는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를 계기로 한 정권과 검찰의 갈등이다. 정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를 강행했던 윤석열 검찰에 대한 괘씸죄가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나타난 것이다. 정권은 이를 검찰개혁에 대한 검찰의 조직적 반발이라고 규정했고, 반대 측에서는 산 권력에 대한 합법적인 법 집행이라고 봤다.
이후 조국 사태가 확산하면서 조국이 장관직을 사퇴했지만, 후임 추미애·박범계 장관에 의해 정·검 갈등은 심화했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가 있었고, 이에 법원이 집행정지가처분을 인용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역설적으로 이 사태로 인해 총장직을 사퇴한 윤석열 전 총장은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 여권 재집권에 가장 큰 위협요인이 됐다.
왜 하필 문재인 정권에서 정·검 갈등이 깊어졌을까. 그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조국 사태에 대해 정권과 검찰 사이에 기본적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 윤 총장 재직 당시의 검찰은 권력(조국 일가)의 불법과 비리를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을 검찰 본연의 과제로 인식했지만, 정부·여당은 이를 검찰개혁에 대한 반발로 받아들였다.
둘째, 정치인 출신 장관과 준사법기관 검찰 수장인 검찰총장의 시각차가 컸다. 박범계 법무장관 스스로 “나는 장관이지만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말한 데서 확인되듯, 정파적 입장을 중시하는 장관은 엄정한 법 집행을 임무로 여기는 검찰과 충돌을 일으켰다.
셋째, 검찰개혁의 지향점이 달랐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을 전제로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강조했지만, 정권은 박 장관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검찰총장은 국정 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크다”고 언급했던 것에서도 확인되듯이 정권에 충성하는 검찰을 원했다.
◇‘인사권 통한 개혁’이란 함정
검찰을 준사법기관이라 부르지만, 행정부 소속이며 법무부 산하 기관이다. 그 결과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임기 2년을 법률로 보장하지만,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다. 정치적 외압으로 임기를 못 채운 총장이 더 많은 실정이다.
다수 국민이 검찰개혁에 동의했던 것은 검찰이 지난날 ‘정권의 시녀’ 역할을 했던 것에 대한 불신과 불만 때문이었다. 문 정권이 ‘인사권을 통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검찰 요직에 앉히고, 심지어 불법행위로 기소된 서울중앙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키는 것은 노골적으로 정권에 충성하는 검찰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는 검찰개혁이 아닌 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조국 전 장관이 주장했고, 여권이 추진해온 ‘인사권을 통한 개혁’이란 결국 인사권자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개악일 뿐이다. 대통령이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의 임명권까지 갖고 있어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인사권을 통한 개혁’은 대통령을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만들 뿐이다.
검찰이 행정부 소속이라는 점에서 대통령과 정부의 합헌·합법적 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권력의 불법을 묵인하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 조국 일가의 갖가지 불법이 알려지자 수많은 국민이 시위를 벌이면서 장관 임명을 반대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역대 장관 중에 검찰 출신이 적지 않았지만, 문 정부에서는 단 1명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박상기 전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장관이 모두 정치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관이 대통령과 검찰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대신해 검찰을 압박하면서 장관의 수사지휘권과 인사권을 오·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 넘은 정부·여당
지금 정·검 갈등은 깊어졌고, 이에 따라 국민의 정치불신도 심화했다. 대통령과 정부·여당, 그리고 검찰은 국민이 주권자이며, 권력의 행사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정부·여당의 태도는 그 선을 넘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세줄 요약
검찰개혁은 檢 무력화 : 文 정권, 집권 이후 꾸준히 검찰개혁을 시도했지만 점차 개혁의 본질이 왜곡되기 시작함. 지금 검찰개혁은 인권침해를 조장·방치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움. 검찰개혁은 검찰에 대한 무력화임.
文 정권 정·검 갈등의 요인 : 정·검 갈등의 계기는 ‘조국 사태’에 대한 정권과 검찰 간의 인식 차이에서 시작됨. 정권은 충성하는 조직을 요구했지만,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을 원했음. 이런 지향점의 차이가 갈등을 심화시킴.
‘인사권 통한 개혁’이란 함정 : 정권은 ‘인사권을 통한 개혁’을 내세우며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 많아짐. 최근 친정권 인사를 승진시키고 권력 수사 방지를 위해 방탄인사를 한 것은 검찰개혁의 본색을 드러낸 것.
■ 용어 설명
‘준사법기관’은 사법부는 아니지만 사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행정기관. 검찰이 대표적 기관임. 따라서 정치적 중립성을 가져야 하며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청됨.
‘검수완박’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 완성 의지를 드러낸 표현이지만 ‘반부패 수사 역량 말살’이라는 비판을 받음. 윤석열은 검수완박에 대해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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