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실업·고립·교육 등 타격
건강 문제서도 노인층에 밀려나
유럽 청년층 64% ‘우울증 위험’
- 향후 그릇된 정치화 위험
팬데믹 재건·기후위기 ‘큰 과제’
“윗세대 무시무시한 세상 떠넘겨”
민주주의 훼손 세력에 악용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타격이 가장 큰 세대는 누구일까.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재앙이 우리 모두를 집어삼켰을 때, 우리는 ‘젊은이’들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망 위험이 큰 노인 세대,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을 입은 중·장년층 때문에 후순위로 밀려난 세계의 젊은이들은 호소하고 있다. “우린 희생된 세대”라고.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프랑스의 르 몽드, 스페인 라 반구아르디아, 이탈리아 라 스탐파,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유럽의 다른 언론사들과 공동으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로 분류되는 유럽의 16∼25세 젊은이 수백 명과 인터뷰했다. 그 결과 이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각국의 대응에서 심각한 심리적·사회적·경제적 상처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사회 재건과 기후변화 등 막대한 짐을 짊어진 이들의 우울증은 위험 수위였다. 이는 집단적 불만 표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향후 이들의 정치적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우린 희생된 세대”…Z세대 우울증 ‘위험 수위’ = 유럽의 Z세대 젊은이들은 인터뷰에서 그들의 미래에 대한 깊은 불안과 우려를 드러냈다. 영국 북부의 한 17세 여성은 “우리 세대는 나중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밀려났다”고 했고, 프랑스의 21세 남성은 “우린 희생된 세대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한 뒤 젊은이들에 대한 각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영향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각국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할 가능성이 큰 노인들에게 우선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했고 젊은이들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Z세대는 현대 역사상 가장 큰 교육 혼란과 실업, 고립으로 타격받았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각종 코로나19 지원 정책에서도 제외됐다.
유럽연합(EU) 산하 연구기관인 유로파운드가 지난 4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유럽의 18∼34세 젊은이 중 64%가 우울증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여름 47%보다도 17%포인트 오른 것이며, 35∼49세 60%, 50세 이상 53%보다 높은 것이다. 특히 18∼24세 사이 여성이 가장 낮은 정신건강 수준을 기록했다. 유로파운드의 마시밀리아노 마스체리니 사회정책국장은 “1년 반 동안 완전한 ‘블랙아웃’ 상태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며 아무런 경험도, 아무런 인적 네트워크도 얻지 못한 집단이 있다는 것은 미래의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에스토니아의 23세 학생은 “계속 불안하다. 가장 불안한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팬데믹 사회 재건과 기후위기…큰 짐 짊어진 Z세대 = 프랑스의 한 16세 남성은 “우린 직면해야 할 너무나 많은 이슈와 이끌어야 할 너무나 많은 혁명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젊은이들은 현재 그들의 삶을 묘사하는 데 ‘롤러코스터’ ‘시련’ ‘위협’ ‘번아웃’(burnout)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 이는 이들이 향후 짊어져야 할 큰 무게의 짐 때문으로 보인다. 수십 년 만에 가장 위태로운 고용 시장을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코로나19와 기후위기라는 두 가지 재앙에 맞닥뜨려야 한다는 ‘두려움’이 큰 것. 스페인의 한 청소년은 “이전 세대는 이 무시무시한 세상을 남기고 떠나며 ‘너희가 해결해야 해’라고 말한다. 너무나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Z세대는 그들이 자신의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하게 살 것이라는 점을 아는 세대”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어느 세대보다 더 많은 빚을 지고 더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동시에 현재 기득권층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정치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이런 이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사실상 윗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그들의 생명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이들을 챙기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베를린 헤르티 거버넌스 스쿨의 공중보건학 교수인 클라우스 허렐만은 “각국은 코로나19 대응에서 젊은이들에게 ‘당신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우린 노인들을 먼저 돌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줘왔다”며 “이 젊은이들을 잊어버리는 것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세대 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정치적 실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역사적 사건들이 그 세대를 형성해왔듯, 코로나19가 Z세대를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정치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의 Z세대 젊은이들은 인터뷰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거센 비판을 내놨는데, 이들은 특히 사회 전반에 걸친 시스템 변화를 강하게 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스체리니 국장은 “현재 유럽 Z세대의 상황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영향과 심각한 정신건강 상태의 암울한 혼합”이라며 “이들의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 세력에 이용될 수 있기에 더욱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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