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MZ·日 사토리 세대 닮은꼴

취업난·주택불안·스펙과열 등
밀레니얼 세대 중심 불만 폭발
출근·추가업무 거부 저항운동


취업난·주택 불안·스펙 과열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현상은 중국의 ‘탕핑(平·드러누운) 세대’, 일본의 ‘사토리(さとり)·유토리(ゆとり) 세대’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유럽뿐 아니라 한·중·일 3국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유행어는 ‘탕핑’이다. 밀레니얼 세대 청년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경쟁을 피하기 위해선 ‘평평하게 드러누워 살자’는 의미의 ‘탕핑 세대’가 등장한 것. 특히 지난달 31일 중국 중앙정치국이 셋째 출산 허용 정책을 발표하며 출산 압박을 주자 취업·주거 문제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던 이 세대의 불만은 폭발했다. 이들은 결혼과 출산에 적극적이지 않고, 집이나 차를 사지 않고 최저 생존을 위한 경제활동만 하며 추가 근무를 거부하기도 한다. 여기에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6일 일 한다’는 의미의 ‘996’ 노동 관행까지 겹치면서 청년층의 불만은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자영업을 하는 30세 L 씨는 “다른 나라에 비해 평균임금이 지나치게 낮은 반면, 과도한 업무 강도에 지친 청년들이 늘어나자 탕핑 세대가 등장했다”며 “열심히 일해도 월급이 적어 집 한 채 사기 힘든 상황에 지친 청년들이 출근과 추가 업무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청년층의 저항이 거세질 것을 우려해 해시태그 ‘#탕핑’을 금지어로 지정하는 등 내부 단속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드러누운 고양이와 물개, 부추 등 수많은 관련 밈(meme)이 올라오는 등 탕핑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20년째 저성장의 늪에서 신음하고 있는 일본 역시 198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나 돈벌이나 출세에 관심 없는 청년들을 ‘달관’을 의미하는 ‘사토리 세대’라고 칭한다. 이들은 창의성 및 자율성 강화에 중점을 둔 ‘여유’의 의미를 담은 유토리 교육을 받고 자라 치열한 경쟁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유토리 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버블경제가 붕괴한 뒤 사회·경제 불황 속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일본 청년들은 경제활동에 의욕이 없고 연애·결혼에 별 관심이 없으며, 본인의 경제 수준에 맞춰 허리띠를 졸라매고, 개인주의가 강해 조직에 대한 헌신을 요구하는 기성세대와 마찰을 겪고 있다.

일본 도쿄(東京)의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29세 C 씨는 “한국의 MZ세대와 일본의 사토리·유토리 세대는 닮았다. 우리 역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회사 인지도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 “과거에는 한 직장에 입사하면 정년까지 다녀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남녀의 성 역할을 나누거나 ‘SNS, 디지털화는 무조건 위험하다’고 말하는 기성세대에게서 넘을 수 없는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중·일 3국 모두에서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 간 갈등이 사회 현상으로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7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중·일 3국은 모두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고 1990년대에 경제활동을 시작한 40∼50대가 사회 권력을 쥐고 있어 청년 세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며 “이런 상황 속 청년들은 도전하고 좌절하느니 숨 쉴 정도의 돈만 벌며 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40∼50대가 사회·경제적 권력을 쥔 상황이 길어질수록 청년들의 입지는 줄어든다”며 “기존 판을 뒤집을 청년 지원이 있어야 갈등이 봉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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