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앞두고 당 중앙위원회와 도당위원회 책임간부 협의회를 소집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앞두고 당 중앙위원회와 도당위원회 책임간부 협의회를 소집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바로 밑 ‘제1비서’ 신설…‘후계자냐, 2인자냐’ 아직 베일에 싸여
‘혁명 통일론’ 뺐지만 ‘공산주의’ 재명기… 對南혁명 포기로 보기 힘들어

노동당 규약, 헌법보다 상위
1946년 채택이후 8번 수정
黨 중심 국정 운영 김정은은
당대회때마다 매번 개정나서

1비서 구체적 인물·역할 함구
후계자라면 김여정일 가능성
2인자일땐 실세 조용원 유력

김정일시대 상징 ‘선군정치’ 빼
‘자력갱생’ ‘사회주의 문화’ 추가
경제난 타파·내부결속에 무게


북한이 최근 노동당 규약을 개정한 사실이 알려지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지도체제의 변화와 기존 대남혁명 작업의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이번 당 규약을 개정하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제1비서, 비서를 선거한다. 당중앙위원회 제1비서는 조선로동당 총비서의 대리인이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제1비서는 김 위원장이 총비서에 오르기 전에 거친 자리로, 후계자 혹은 2인자 지위를 추정케 했다.

북한은 당 규약 개정과 관련,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노동신문을 통해 일부 내용을 소개했지만, 민감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당 규약에 ‘민족해방 민주주의혁명’이란 문구를 삭제하며 일각에선 ‘대남혁명’을 포기했다는 분석이 뒤늦게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해당 서문에 전국적 범위에서 ‘공산주의 건설’을 명기하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1. 북한 노동당 규약은 무엇인가

공산주의 국가들은 ‘당 중심’ 국정운영을 펼치는데, 헌법 또한 당 강령에 기초해 구성되며 작동한다. 북한 또한 당·정·군 중 당의 지위를 가장 우위에 두는 것을 고려하면 헌법보다 상위개념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당 규약은 당의 성격, 당조직 및 당원들이 지켜야 할 규범과 활동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개정된 당 규약은 크게 서문과 9개의 장, 60개 조로 구성돼 있다. 당의 전반을 관할하는 것인 만큼 당원과 조직, 당비(월 수익 2%)에 대해서도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서장에선 당의 방향을, 1장은 ‘당원’, 2장은 ‘조직원칙과 조직구조’ 등에 관해 규정했으며, 3장은 ‘당의 중앙조직’을, 맨 마지막 9장에선 당의 마크와 깃발에 대해서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2. 당 규약 개정史·이번에 바꾼 이유

북한은 1946년 8월 28일 최초로 당 규약이 채택된 이후 8차례 걸쳐 당대회와 당대표자회를 통해 수정·보완했다. 변화된 시대에 따라 체제 합리화를 위한 조치였다. 당 규약에서 가장 핵심인 당의 성격과 관련해 1951년 ‘노동계급과 전체 근로대중의 선봉적·조직적 부대’에서 시작돼 1980년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에 의해 창건된’이란 표현이 들어갔다. 북한은 1980년 당 규약 개정 이후 한동안 손을 대지 않다가 30년 만인 2010년 개정을 통해 당을 ‘국가영도조직으로서’로 격상시켰고 ‘국가 최고 정치조직’이나 ‘혁명의 참모부’란 표현을 추가해 당의 지배력을 명문화했다. 김정은 체제 들어서는 당대회 때마다 당 규약을 개정하고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이 당을 중심으로 한 국정운영을 펼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3. ‘제1비서’의 역할과 지위는

북한은 당 규약에 새로 들어간 제1비서에 대해 ‘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는 총비서의 대리인이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단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제1비서’를 거쳤기 때문에 ‘잠재적 후계자’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신변 이상설이 돌았던 만큼 체제 안정성을 위해 혈족을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를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다른 하나는 김 위원장 체제가 10년을 앞둔 만큼 내부 숙청이 어느 정도 진행됐고, 참모 중 신임할 수 있는 인물을 국정운영의 대리인으로 내세운다는 분석이다. 최근 북한의 경제난 속에 책임을 지울 인물을 찾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이 특정인을 가리켜 ‘제1비서’란 호칭은 쓰지 않고 있다.


4. ‘제1비서’, 누구이고 왜 공개안하나

제1비서의 지위가 후계자인지 국정운영 2인자인지에 따라 인물 추정도 달라진다. 일단 후계구도로 흐를 경우 김 위원장의 자녀가 물망에 오른다. 하지만 김 위원장과 국정운영을 함께한 여동생 김여정이 후계구도의 연결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대미·대남 외교 일선에 나서며 국정운영 경험을 쌓았다. 김 위원장의 자녀가 공식적인 후계자로 부상하기 전에 권력집단의 사전정리가 가능하다.

제1비서가 단순한 국정운영 2인자일 경우에는 조용원 당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군사위원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8차 당대회를 전후로 북한 권력 핵심에 진출했으며, 국정운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제1비서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대리인임을 당 규약에 명기하면서도 그 역할에 따라 최고 존엄의 위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5. 북, 대남 혁명노선 포기했나

북한이 최근 당 규약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혁명’ 문구를 삭제하면서 ‘남조선혁명’ 포기 및 ‘평화공존’ 추구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해당 문구의 삭제만 놓고 보면 북한이 한국을 혁명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일국가 체제를 강조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은 ‘통일’ 담론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줄기도 했다. 하지만 개정 당 규약의 ‘당면목적(통일과업)’에서 “인민의 이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란 문구와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이란 문구를 넣었다. 북한이 말하는 ‘전국’에는 남북 모두가 포함된다. 또한 북한이 말하는 ‘사회의 자주화’는 남한혁명을 의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6. 당 규약 개정, 국보법 폐지 근거 되나

북한 노동당 규약의 ‘북 주도 혁명 통일론’ 문구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여기는 국가보안법 존치론의 주요 근거로 활용됐다. 북한이 남측을 혁명 대상으로 삼아 체제 전복을 노린다는 논리였다. 일각에선 해당 문구가 삭제된 만큼 국보법의 존치 근거도 사라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문구만 사라졌을 뿐 북한의 적화통일 의미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개정된 당 규약에는 아직 ‘사회의 자주화’ 등 북한의 기존 논리가 그대로 사용됐고, 통일과업과 관련해 ‘공산주의’란 표현이 재등장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이 통일을 포기하는 것은 정권의 존립명분을 버리는 것과 같다”며 “어디에도 북한이 통일을 포기하고 남북한 두 국가체제를 추구한다고 분석할 수 있는 근거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7. 당 규약 개정으로 본 향후 대남전략

북한이 대남혁명, 제1비서와 관련해 명확하지 않게 규정한 것처럼 대남 관계 전반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당 규약 개정으로만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북한은 연초 8차 당대회를 통해 대외 전략보다는 내부 수습에 무게를 뒀다. 북한이 내부 결속에 무게를 둘수록 남북 간 대화 창구가 열릴 가능성은 줄어든다. 북한은 기존 당 규약의 경제·국방 부문 중 ‘자력갱생’을 추가했다. 또한 북한은 ‘사회주의 문화를 전면적으로 발전’이란 용어도 추가했는데, 이는 남북 간 경제협력보다는 자체적인 경제난 타파와 사회주의 문화 추구로 볼 수 있다.


8. 대외관계 변화는

북한은 기존 당 규약의 대외 관계 부분 중 “일본군국주의의 재침 책동을 짓부시며”라는 구절을 새 규약에서 삭제했다. 북한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해 일본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지속한 것에서 볼 때 이례적 조치다. 이와 관련,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일 관계에서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는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란 표현 대신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로 수정했다. 미국에 대한 대응이 체제 이유인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9. 선군정치는 왜 없앴나

북한은 2019년 헌법 개정을 통해 김정일 시대를 상징하는 ‘선군사상’이나 ‘선군정치’ 같은 용어를 삭제한 데 이어 이번 당 규약 개정을 통해서도 ‘선군정치’란 용어를 삭제했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다른 ‘당 중심 국가운영’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일 위원장 시기에는 국방위원회란 기구를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국가의 운영을 ‘국방위’에 맡긴 비정상적인 조치였다.

이와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국무위’를 통해 국정을 장악하는 한편, 공산주의 국가 체제를 살려 당 중심의 국가 운영을 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군정치’란 용어가 헌법과 당 규약에서 빠지는 것은 당연한 조치로 해석된다.


10. 당원 자격 강화 의미는

북한의 당 규약이 내부적으로 헌법 이상의 기능을 가진 것을 고려할 때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큰 변화는 ‘당원’ 부분이다. 기존의 당원 입당 대상은 ‘당의 유일적 령도체계가 튼튼히 서고 당과 수령,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투쟁하며 당규약을 준수하려는 근로자’였는데,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에게 무한히 충실하며 당의 강령을 신념으로 접수하고 당규약을 준수하려는 사람’으로 수정됐다. ‘충실’을 명시한 것으로, 당원 규약 부분에서 8차례 ‘충실’이란 단어가 들어간다. 또한 북한은 ‘당원 제명’과 관련해서도 ‘3년 이상 당원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당원’으로 구체화했다. 국가적 고난 상황에서 내부 결속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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