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볼넷 인플레’ 이유는

경기당 볼넷 최근 5년 해마다 ↑
2017년 6.3개 → 올 8.9개 급증

빠른공만 던지는 젊은투수 늘고
제구 좋은 정상급 MLB로 옮겨

심판 좁아진 ‘S존’ 운용도 한몫


올해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의 특징 중 하나는 스트라이크가 줄었다는 점이다.

7일까지 투수들의 스트라이크 투구 비율은 61.2%다. 해마다 줄고 있다. 2017년은 63.7%, 2018년 63.5%, 2019년 63.3%, 지난해 62.6%였다. 최근 5년간을 비교하면 올해가 가장 낮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4% 하락했다.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는 공이 줄면서 볼넷은 많아졌다. 올해 255경기에서 2280개의 볼넷이 나왔다. 지난해엔 7월 3일 253경기를 기준으로 볼넷이 1732개였고, 올해 548개나 증가했다. 경기당 볼넷은 2017년 6.3개, 2018년 6.4개, 2019년 6.6개, 지난해 7.3개, 올해 8.9개로 증가하는 추세다. 산술적으로 올해 볼넷은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6000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9이닝당 평균 볼넷은 4.53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8개보다 1.05개 늘었다. 9이닝당 볼넷이 4개를 넘는 건 2009년(4.09개) 이후 12년 만이다.

스트라이크가 줄고, 볼넷이 늘면서 야구장에선 “볼넷이 경기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나돈다. 볼넷의 급증으로 인해 경기 시간도 늘어났다. 올해 경기당 평균 소요 시간은 연장전을 포함해 3시간 20분으로, 지난해 3시간 13분보다 7분 길어졌다.

올해 스트라이크 비율이 떨어진 건 10개 구단의 투수진 세대교체 때문으로 풀이된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투수 자원이 부족하기에 10개 구단이 젊은 투수들을 빠르게 실전에 투입하고 있다”며 “특히 제구가 가다듬어지지 않은 어린 투수들이 많아지면서 스트라이크가 줄어들고, 볼넷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올해 개막전을 기준으로 10개 구단 투수진의 평균 나이는 26.9세다. 최근 5년 중 가장 낮다. KIA 투수진은 평균 23.3세다. 장성호 KBSN 해설위원은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 등 정상급 에이스들이 KBO리그를 떠났고, 이제 국내 프로야구에서 완벽한 제구력으로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 얼마나 되느냐를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면서 “특히 올해는 젊은 투수들의 성장 속도가 타자들에 비해 더디다”고 지적했다.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지지만,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던지지 못해 2군으로 내려간 투수는 여럿 있다. 올해 신인 중 최고 계약금인 9억 원에 키움 유니폼을 입은 장재영이 대표적인 예. 장재영은 큰 기대를 모았지만, 7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에 평균자책점 16.50을 남기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장재영은 중간계투로 마운드에 올라 모두 6이닝을 던졌고, 볼넷 9개를 남발했다. 장재영의 이닝당 투구 수는 전체 평균의 2배에 달하는 27.3개나 된다.

코칭스태프가 강속구를 선호하는 것도 제구력 불안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양상문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10개 구단이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를 선호하면서 학생 투수들이 강속구에 집착하고 있다”며 “제구력이 좋은 투수보다 구속이 빠른 투수가 후한 평가를 받고, 이런 과정에서 젊은 투수들의 볼넷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수들도 볼넷 증가에 기여했다. 볼넷 부문 상위 9명(공동 7위까지) 중 외국인 투수는 공동 1위(33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KT), 3위(32개) 아리엘 미란다(두산), 공동 5위(28개) 라이언 카펜터(한화), 공동 7위(26개) 앤더슨 프랑코(롯데)까지 4명이나 된다. 미란다, 카펜터, 프랑코는 올해 국내 프로야구에 데뷔했다.

심판진의 깐깐한 스트라이크존 운용도 올해 스트라이크 비율이 떨어진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힌다. KBO는 경기 후 투구 추적시스템(PTS)으로 볼 판정 정확성을 판단한다. 일관성 여부는 심판 고과에 25% 반영된다. 장 위원은 “스트라이크, 볼 판정이 인사고과에 반영되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심판은 2군으로 강등될 수도 있다”면서 “심판으로선 스트라이크존을 까다롭게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 위원은 “최근 심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다”면서 “현재의 스트라이크존은 상당히 빡빡하다”고 설명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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