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윤 전 개풍군 명예군수님

6·25전쟁과 실향 72년, 개풍군민회 창립 66년을 맞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지난해에 이어 군민회 활동을 옥죄고 있다. 군민회는 미수복 고향 ‘개풍군’을 되찾고 귀향과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20대 전후의 군민회 창립 원로세대들은 대부분 작고하고 애향 사업을 잇는 후세들도 몇 안 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는 또 다른 위기다. 실향민들의 애환은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다. 임진강 건너 바로 보이는 개풍은 걸어서 금방 갈 수 있는 곳이다. 형제와 부모 모두를 남겨두고 혈혈단신 월남하신 아버지의 향수는 그래서 더 애틋하다. 망백(望百)의 연세인 부친은 아직도 명절마다 지척의 고향을 마주하려고 파주 오두산 전망대를 찾는다. 필자처럼 전후에 태어난 2세들 중 일부는 부모 따라 군민회 봉사를 이어가지만, 그 활동은 녹록하지가 않다. 부모님 고향이 내 뿌리라는 연대의식도 세월이 가면서 약해졌다. 하지만 앞날이 그렇게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단체를 지탱하고 이끌어주는 군민회 원로들이 우리 곁에 엄연히 계시기 때문이다.

만 2년 전 이맘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마다 치르는 군민회 정기총회를 준비하면서 류희윤 전 개풍군 명예군수님께 처음 연락드리고 참석을 청할 때다. 느닷없는 초대에 놀라면서도 반갑게 대해주신 기억이 생생하다. 군수님은 뜻밖에도 총회 당일 현장을 직접 찾아오셨다. 구순의 군수님이 오실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지팡이를 짚은 모습을 뵈니 눈물이 핑 돌았다. 군수님은 총회에서 소회를 통해 실무자의 초청을 특별히 언급하며 오랜만에 방문하는 군민회가 반갑다고 말했다.

군지와 군민 회보 등 과거 자료에 따르면 개풍군 흥교면 출신의 군수님은 국내 굴지 제지업체인 옛 중앙제지 CEO 출신이기도 하다. 1994년부터 대통령이 위촉하는 6∼7대 미수복경기도 개풍군 ‘명예군수’를 지냈다. 1995년에는 군민회 최초로 후세육성 장학기금을 내놓고 장학고문으로서 기탁규모를 늘리는 데 앞장섰다. 이를 계기로 군민회는 2001년부터 후세들에게 장학금을 매년 지급하고 있다. 군수님 스스로 6·25전쟁 중 실향했고 참전해 누구보다 통일과 수복을 염원하지만, 그의 애향심은 선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부친이신 고 류근실(1912∼1987) 군민회장은 1982년 군민회를 재건해 오늘의 군민회 토대를 굳건히 마련했다. 아버지는 군민회장, 아들은 명예군수로 이른바 류 씨 부자가 대를 이어 군민회를 대표해 봉사하는 진기한 기록을 갖고 있다.

이후 군수님의 군민회 이력은 고문으로 기재돼 있을 뿐 한동안 군민회와 특별한 교류가 없었다. 총회 초청으로 군수님과 군민회 접촉이 복원되고 그 인연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제지조합이사장 등을 지내고 업계에서 은퇴한 군수님은 현재 군민회 ‘상임고문’으로 고문단을 대표해 군민회장 등 임원들에게 상시 조언하고 있다. 주변에 인생의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는 사람은 많아도 군수님처럼 철저히 희생하고 봉사하는 분은 드물다. 군수님은 내게 애향 활동의 모범을 하나하나 몸소 실천해 보여주는 ‘멘토’라고 할 수 있다.

군민회 실무자로서 군수님처럼 ‘열정적인’ 원로를 모시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다. 통일과 귀향, 그리고 애향 운동을 추진하면서 막막할 때가 많은데 군수님 말씀은 언제나 한 줄기 빛이 돼 자신감을 심어준다. 자주 찾아뵙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모님 같은 분이다. 짧지만 그간 군수님께 배운 지혜와 통찰은 내가 평생 배운 것 이상이다. 가르침대로 성심을 다하는 노력이 우리 군민회가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혁진 미수복경기도 개풍군민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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