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의 낟알 하나도 거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과학기술이 들어 있고, 또한 농군의 발소리를 듣고 생명이 반응한 것이다. 강신영의 조각은 씨앗 같기도 하고 발아 중인 새싹 같기도 하다. 그런데 육안으로 보던 모습이 아닌 것 같다. 표면과 내부가 좀 복잡해 보인다. 하긴 생명이 어디 그리 단순한 것이겠는가.
생명의 조화롭고도 치열한 섭리를 담은 것이다가, 아래로 내려가면 촘촘한 결들이 얽혀 있다.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 염기서열, 숫자, 위치 등의 정보를 압축해 둔 게놈지도의 비유가 아닐까. 보통의 스테인리스 스틸 작업과 달리 따뜻함이 느껴진다. 셀 하나하나의 단조(鍛造). 생명을 노래하는 불꽃의 담금질.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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