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직후 통화가치·주가 급락
후지모리 “표 훔쳤다” 불복의사
정치 성향이 극과 극을 달리는 두 후보가 출마한 페루 대선에서 좌파 후보인 페드로 카스티요(51·사진)가 막판에 세를 뒤집으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득표율 차가 1%포인트에 못 미치는 초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당선자 확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카스티요는 즉각 “시장 경제를 존중하고, 국유화 계획은 없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우파 후보인 게이코 후지모리가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정국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7일 페루 선거관리위원회(ONPE)에 따르면 개표율 96.37% 기준 카스티요의 득표율은 50.28%로, 후지모리(49.72%)를 아슬아슬하게 앞서고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후지모리가 카스티요를 소폭 앞질렀지만, 개표 지역이 도시에서 농촌으로 옮겨가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두 후보 간 득표수 차이가 9만 표가량에 그치며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카스티요가 유리한 시골 지역에서 개표가 완료되지 않아 그의 승리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실제 그의 신승을 예측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비공식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아직 집계되지 못한 재외국민 표가 100만 명이 넘는 상황이어서 최종 결과가 확정되기까지는 며칠 걸릴 전망이다.
문맹인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25년간 시골 초등학교 교사로 일해 온 카스티요는 2017년 교사들의 총파업 시위를 주도하며 스타덤에 올랐고 단숨에 대선 후보가 됐다. 카스티요의 선전에 페루 통화 솔의 달러 대비 가치는 7년 만에 가장 큰 폭인 2.5% 하락해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고, 주요 증시도 7% 이상 폭락했다.
그가 경제 회복 방안으로 주요 산업 국유화와 이를 위한 개헌, 증세, 규제 강화 등을 거론한 데 따른 반응이다. 카스티요는 즉각 성명을 내고 “지난 10년간 페루의 빠른 경제 성장을 도왔던 시장 경제를 존중하고, 국유화와 토지 및 사유 재산 몰수, 외환 관리, 가격 통제, 수입 금지 등이 우리의 경제 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며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대선에 세 번째 도전하는 후지모리는 지난 2016년 선거에서도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에게 단 4만2597표 차로 석패한 이력이 있다. 후지모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려는 명확한 의도가 있다”며 카스티요 측이 표를 훔쳤다고 주장했다. 또 이 같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승복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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