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최근 미국에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자로는 소듐(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Sodium-cooled Fast Reactor·SFR)로서 이름은 ‘나트륨’이다. 게이츠는 자신이 투자한 테라파워와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이 소유한 전력회사 퍼시피코프를 통해 미국 와이오밍주의 폐쇄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나트륨 원자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게이츠는 기후변화를 대비하는 에너지 산업에서 나트륨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트륨 원자로는 양방향 출력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원자로의 정격전기출력은 345MW인데 원자로의 출력을 바로 받아서 터빈에서 전기를 생산하지 않고 일단 원자로의 열로 소금과 같은 염을 고온에서 녹인 용융염을 데워서 에너지를 저장한다. 전력은 필요에 따라 345 MW 정격출력보다 낮게 내보내기도 하고, 최대 500MW까지 6시간 가까이 전력을 내보낼 수 있다. 기존의 원자로는 100% 정격출력이 있으면 주로 30∼100% 사이에서 출력을 조절하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용량의 에너지 저장장치가 결합돼 30∼145% 사이의 출력 조절이 가능해진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간헐성을 가진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시간에 따라 들쭉날쭉해서 보완 파트너가 꼭 필요하다. 가스발전을 파트너로 사용하면 화석연료로부터 반쪽짜리 독립만 가능하기에 궁극적 솔루션이 되지 못한다. 수력이 없다면 원자력과 결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특히, 원자력이 100% 출력 아래 범위에서 조절되는 것보다 150% 정도까지 출력 조절 범위가 늘어난다면 환상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원자력은 출력밀도가 높아 생성되는 사용후핵연료의 양이 많지 않고 안전한 처분도 가능하다. 그러나 앞으로 더 대규모의 보급을 염두에 둔다면 사용후핵연료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나트륨 원자로는 고속로로서 기존 경수로 대비 사용후핵연료 생성량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기존 원자로는 5% 정도의 연료만 에너지 생산에 사용되고 사용후핵연료로 배출됐는데, 나트륨 고속로를 사용하면 100% 가까이 활용할 수 있어 같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의 양을 10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2조 달러 규모의 ‘일자리 계획’을 발표하면서 선진 원자로 개발을 포함했다. 또한, 1970년대 미국의 고속로와 재처리 프로그램을 취소시킨 지미 카터 행정부의 의사결정 후 재처리 추진을 반대해온 민주당이 40년 만에 재처리를 사용후핵연료 관리 대안으로 다시 고려하고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명시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소형 모듈 원전을 포함한 원자력 기술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주력 에너지 중 하나로서 역할을 200% 할 수 있도록 안전성을 증진함은 물론, 더욱 광범위한 출력 조절과 사용후핵연료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 탈원전은 과거형으로 마침표를 찍고 미래로 진행해야 한다. 대형 원전과 소형 원전,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모두 잘 할 수 있는 나라의 탈원전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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