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이모 중사가 지난 3월 초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 선택을 하기까지 공군의 상·하 조직이 공범이라고 할 정도로 은폐·회유 및 2차 가해에 가세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공군 검찰은 군사경찰이 이 중사 사건에 대해 4월 초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는데도 뭉갰다.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된 공군 법무관은 이 중사 면담조차 하지 않았다. 군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에 집단적 보신주의까지 겹쳐 이 중사를 죽음으로 내몬 살인범들이나 다름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3일 뒤 공군 양성평등센터에 신고했음에도 이 모 센터장은 이를 즉각 국방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2012 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대전시민캠프 여성행복본부장으로 활동한 ‘친문’인사라는데 2019년 1월 임용됐다. 그가 성폭력 사건 신고 시 곧바로 보고토록 한 국방부 훈령을 위반한 것이 군의 위압 때문인지 아니면 전문성 없는 캠프 출신 인사의 업무 몰이해 탓인지 규명이 필요하다.

문 정부는 출범 후 양성평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성범죄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피해자 분리 등을 주창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박원순·오거돈 성추행 사건 때와 패턴이 유사하다. 국정원에서도 고위간부 등 2명이 지난해 성추행 사건으로 최근 파면 등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단호한 대책을 주문하면서 “병영 적폐”라고 했다.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는 유체이탈 화법이다. 이제라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군 기강을 바로세우고 강한 군대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것이 속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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