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개인의 정치적 입장, 판결에 반영”
日정부 “패소보다는 잘 됐지만 지켜봐야”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 16개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이 각하한 것과 관련해, 일본 언론은 “한국재판은 정치나 여론에 따라 쉽게 영향을 받는다”며 “보수와 진보가 격하게 대립하는 정치 풍토 속 판사 개인의 정치적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8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서울중앙지법의 이번 판결이 2018년의 대법원판결과 다르게 일본 주장에 일정 정도 부합하는 내용이라며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이후 한국 법원이 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징용 소송에서 원고 주장을 배척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는 2018년 한국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청구권협정에 어긋나기 때문에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한 상태가 됐다며 청구권협정 취지에 부합하는 문제 해결책을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견해를 내고 있다. 닛케이는 “원고 측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항소심에서 다시 배상 명령이 나올 수 있다”며 “현재로는 악화한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국제법 전문가 미즈시마 도모노리(水島朋則) 나고야대 교수가 “국제법적 관점에서 보면 청구 각하로 판단한 것이 타당하다. 종전의 한국대법원 판결이 하급 법원에서 시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한 발언을 전하며 역사문제로 악화한 한·일 관계에 해당 판결이 향후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 역시 “서울중앙지법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문전박대했다”며 “이는 이례적인 판결로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번 각하 판결에 대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케이(産經)신문은 한 일본 외무성 간부가 “(일본 측이) 패소한 것보다는 잘된 일이지만 숲 전체를 보지 않고는 평가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징용 피해자 85명이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한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선영 기자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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