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국제시장’주인공 실제인물
힘들었던건 조국에 대한 그리움
3년 계약 끝나고 獨 공립대 입학
한글학교 열고 청소년교육의 길
15개국 1만여명에 나눔과 봉사
“故 정주영회장 도움 잊지 못해”
“지금까지 참 많은 분으로부터 도움을 받았습니다. 남은 생은 재능기부로 봉사하면서 살려고 합니다.”
최근 ‘파독 광부, 꿈을 캐는 교수로 - 권이종 박사 인생 이야기’란 자서전을 출간한 권이종(81·사진) 아프리카아시아난민교육후원회(ADRF) 이사장. 그는 8일 가진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만 있는 시간을 활용해 삶을 정리한 책을 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펴낸 책은 69권이나 된다. 대부분 청소년과 평생 교육 관련한 내용이다. 그만큼 청소년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부었다. 특히 “미래사회의 주역인 청소년의 건전한 육성과 인재양성을 위해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 김성재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청소년 정책을 담당하던 정부 고위 관료와 민간 청소년단체 대표 등 20여 명이 참여하는 ‘한국청소년지도자원로모임’에도 적극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영화 같은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전북 장수에서 태어나 굶는 날이 부지기수였던 가난한 유년, 신문 배달하며 다닌 중·고등학생 시절, 무작정 상경해 공사판 막노동, 어두운 탄광에서 목숨을 담보로 일한 파독(派獨) 광부 시절, 독일 아헨대에 입학해 13년 만에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은 과정, 전북대·한국교원대에서 교수로서의 삶, 그리고 현재 ADRF 이사장으로 15개국 1만여 명에게 하고 있는 나눔과 봉사 이야기가 녹아 있다. 특히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이건희 전 삼성 회장, 김춘식 전 계몽사 사장 등을 만나 도움받았던 일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영화 ‘국제시장’의 실제 인물이기도 한 그는 광부로 일할 때 “지하 1000m를 내려가 다시 갱도를 따라 3㎞를 이동해야 작업장이 나왔다”며 “36도가 넘는 작업장에서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3년 계약 기간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무렵 수양 어머니처럼 모시던 로즈메리 부인으로부터 “독일에서 광부로만 지내다 가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공부를 하라”는 권유에 따라 독일에 남아 우여곡절 끝에 공립학교인 아헨대에 입학했다. 외국인이 공립대에 입학한 것은 독일 공립대 설립 이래 최초였다. 졸업 후 교사 자격증을 취득, 최초로 ‘한글학교’를 두 군데 열었다. 독일에 사는 한국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것이다. 1971년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와 있던 아내를 만나 결혼도 했다.
권 이사장은 차관급인 한국청소년개발원 원장을 맡기도 했고, 파독 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연합회를 조직해 그간 모았던 자료와 유물 등을 기증,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파독근로자기념관도 세워 초대관장도 지냈다. 권 이사장은 “파독 광부·간호사 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통과돼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며 “물질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산업전사로서 조국 경제발전에 기여한 초석이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예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2만여 명에 이르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위해 기념비나 기념공원이라도 조성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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