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돌풍에 尹 대권 기대 더 커져
제3지대 후보로 성공 사례 없어
전통 보수층 복귀 75.2%에 불과
캠프에 檢 출신 철저하게 배제
각종 의혹 정면 돌파로 맞서야
지금이 정치권 등판 ‘별의 순간’
‘이준석 돌풍’은 대선 등판 시기와 방법을 고민 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자극했다.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36세 젊은 청년에게 보수층이 열광하는 이변이 연출되는 시점에 맞춰 여의도를 향한 윤 전 총장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준석 돌풍을 보면서 윤 전 총장은 새로운 인물을 갈망하는 민심을 확인하고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한편으론 자신의 내부에서 대권 욕망이 꿈틀거린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검찰총장 중도 사퇴 이후 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각계 전문가를 만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발신했다. 신당 창당 후 대선 독주, 독자 노선을 걷다가 야권 후보 단일화 참여, 국민의힘 합류 등 크게 세 가지 대선 행보 전략을 놓고 ‘간’을 보던 그가 이준석 돌풍을 접하고 국민의힘 결합 쪽으로 방향을 잡은 모습이다. 1990년 김영삼(YS)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며 민주정의당, 신민주공화당과 보수 대통합 3당 합당을 결행해 1992년 대선에서 승리한 정면돌파 방식이다.
대선 때마다 기존 정치 혐오감과 새 정치 기대감을 이용한 제3지대론이 나왔다. 여야를 넘나들며 선거에서 승리해 ‘정치 CEO’라는 별명이 붙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대표적인 제3지대론자다.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앙 마르슈!(전진)’라는 정당을 만들어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승리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모델을 제시했고, “국민 지지가 지속해서 유지되면 당 전체가 따라올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제3지대는 우리나라 대선에서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박찬종, 이인제, 안철수가 그랬다. 되레 같은 진영 분열만 촉발했다. 윤 전 총장은 마크롱이 아니고 대한민국은 프랑스가 아니다. 이번엔 이준석 돌풍이 3지대론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보수 진영이 내년 3월 대선에서 ‘이기는 방법’은 4·7 재·보궐선거가 보여줬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보수 본산인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당당하게 “정치권에 영입해 주신 고마운 분이다. 그러나 탄핵은 정당했다”고 한 것에 답이 있다. 윤 전 총장이 대선을 위해 새겨야 할 정치 아포리즘이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 따르면 4·7 선거를 거치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전 대비 지지층의 70.1%를 회복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한 국민의당까지 합하면 75.2%가 귀환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진보 진영으로 옮긴 12.6%가 돌아오지 않았다. 무당층에 머물고 있는 지지층도 11.3%에 달한다. 내년 대선은 분열된 보수층을 묶고 박 전 대통령 탄핵 때 등 돌린 중도층을 끌어오면 야권이 이긴다. 윤 전 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뿐 아니라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홍준표 의원 등까지 야권 대선판으로 불러들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 전 총장의 최종 결정은 남았지만,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평당원 자격으로 들어가 백의종군하며 9월 대선 경선에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캠프도 최소 규모로 꾸릴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캠프를 꾸릴 때 검찰 출신 인사는 배제해야 한다. 캠프에 검사는 윤 전 총장 하나면 충분하다. 적폐청산의 칼을 휘두른 윤 전 총장과 검찰 측근에 대한 우려와 거부감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참모진 면면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권력의 단맛에 꼬여 드는 ‘파리’들을 처음부터 확실하게 걸러내야 호가호위하는 비선 조직을 차단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대선판에 뛰어들면 처음엔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고 떨어질 공산이 더 크다. 장모 등 처가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 등 갖가지 소문과 추문들이 불거질 것이 뻔하다. 등판 시기를 늦춰 의혹 제기와 검증을 피하려 할 수도 있지만 피하면 결국 지는 게 정치다. 두들겨 맞더라도 정면 돌파를 해야 한다. 4·7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불을 지피며 한때 지지율 1위에 올랐지만 이것저것 재다 국민의힘 합류 결단을 내리지 못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실패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유력 대선 주자가 없는 국민의힘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이준석 돌풍이 부는 지금이 윤 전 총장에게 ‘별의 순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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