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시대 미국은 동맹을 가치로 내세워 글로벌 리더로의 귀환을 꿈꾸고 있다. 사진은 주한미군과 한국 특수전사령부가 지난 2019년 11월 합동훈련을 하는 모습. 미 국방부 제공
조 바이든 시대 미국은 동맹을 가치로 내세워 글로벌 리더로의 귀환을 꿈꾸고 있다. 사진은 주한미군과 한국 특수전사령부가 지난 2019년 11월 합동훈련을 하는 모습. 미 국방부 제공

■ 바이든 리더십과 미국의 귀환

지정학상 ‘공짜 안보’로 시작한 美, ‘100년 고립 - 50년 개입’ 거쳐 트럼프 때 ‘미국 우선주의’로 회귀
미국 ‘동맹 레토릭·백신 외교’로 자유민주 진영 환영받아… 국내정치 변화·中과 경쟁이 대외정책 변수


조 바이든 시대 미국은 글로벌 리더로 복귀 중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도 코로나 팬데믹을 가장 앞서 극복 중인 백신 선진국 미국이 의제와 분위기를 주도할 것이다. 앞으로 미국이 글로벌 리더로 복귀할 것은 분명하다.

궁금증은 어떤 모습으로 복귀할 것인지다. 그건 한 손에 동맹 레토릭, 한 손에 백신 외교를 든 미국이 어떻게 도널드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의 잔영을 극복할지, 중국과의 ‘파국 없는 경쟁’을 이끌어낼지와 관련된다.

◇‘자국 중심’에 익숙한 나라

미국은 ‘공짜 안보’를 갖고 태어난 나라다. 초대 워싱턴 행정부 당시 양당제 정당 구도가 정착되고 국제정세가 안정되면서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지리적 조건은 미국에 공짜 안보를 제공했다. 세계 1차대전에 참전한 1910년대 후반까지 100여 년 동안 미국은 어느 나라와도 동맹을 맺지 말라는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의 지침을 충실히 따른다. 유럽 열강들은 ‘인접 국가의 이익이 곧 자신에게 손해’라는 제로섬 셈법에 능숙했지만, 타고난 안보를 누려온 미국에 ‘세력균형’ 개념은 생소했다. 대신 자기중심적 국제정세 판단과 고립주의 노선이 원칙이었다.

미국이 2차대전 이후 글로벌 리더로 등장하면서 만나게 된 세계는 적과 동지로 나뉜 이념 경쟁의 장이었다. 자유주의 대 반공주의라는 이분법으로 국제정치를 이해하고 국내 동원을 추진하게 된다. 이후 대외정책은 공화당 대통령, 국내문제는 민주당 의회가 다루는 ‘분점정부’ 또한 빈번해졌다. 1991년 종식된 냉전은 우리에게 익숙한 자유 진영 리더 미국의 이미지를 깊이 각인시켰다.

하지만 고립주의 100년과 양극 체제 50여 년간 미국은 정교한 외교 DNA 개발보다는 신념과 무력을 앞세운 단순 대외정책에 집착했다. 게다가 중국이 어느새 국제무대의 강자로 등장한 상황은 미국이 처음 접하는 국제정세다. 고립주의나 자국 중심 노선에 익숙한 미국이 바이든 시대에 어떤 미국으로 복귀해 중국과의 ‘파국 없는 경쟁’이라는 묘수를 찾아낼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입’과 ‘고립’의 이중주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관련된 또 다른 국내정치 요소는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정책연합 간 경쟁이다. 한 차례도 선거 일정이 연기된 적 없고 한 번도 선거제도가 바뀐 적 없는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 2년 후에 중간선거가 치러지고 그 2년 후 다시 대선이 치러진다.

냉전 종식 직후 클린턴 시대 미국은 국제 리더로서 ‘관여’ 전략을 넘어선 ‘확대’ 정책을 통해 중국과의 항구적 무역 자유화를 추진했다. 교육 대통령을 꿈꿨던 아들 부시는 9·11사태를 겪으면서 미국을 다시 냉전적 국제주의 개입 시대로 복귀시켰다. 금융 위기 와중에 당선된 오바마 또한 의료보험 등 국내문제 해결에 노력했지만 재선 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동시 추진하면서 국제주의와의 결별에 실패한다.

소련과의 오랜 냉전이 끝난 후 미국 국민 마음속에 꿈틀대던 고립주의 욕구를 자극한 것은 무모한 전쟁 비판과 중국과의 적자 해소를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로 포장한 트럼프의 등장이었다. 분담금 증액 요구, 해외 미군 철수, 대중 관세 폭탄, 국경 봉쇄 등은 코로나 대응 실패에도 불구하고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쏟아진 7500만 표 지지로 확인된 미국의 ‘반쪽’ 마음이다.

◇바이든 시대 트럼프 잔영

미국의 글로벌 리더 복귀의 그림은 전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국내정치 변화라는 구도 속에 그려진다. 바이든 시대에도 트럼프의 그림자가 길게 남아 있다. 바이든의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은 외교정책이 미국 중산층을 위해 수행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트럼프의 대중 강경책이 옳았다고 한다.

이라크 전쟁 실패와 대규모 금융 위기,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폭망은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를 쉽사리 폐기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도 바이든 대통령은 양극화 시대에 트럼프 개인과 백인 중심주의를 우려하는 미국의 나머지 반을 지키기 위해 특유의 정치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동맹외교는 미국 국민이 크게 주목하는 분야가 아니기에 가능한 역설적 상황이기는 하다. 어쨌든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인권과 대만 해협, 이란과 북한 제재 등을 빼놓지 않고 강조하고 있다. 대놓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던 트럼프에 비해 바이든의 ‘동맹 레토릭’과 ‘백신 외교’는 적어도 현재까지 세계의 환영을 받는 것은 틀림없다.

◇美 글로벌 리더십像

한편 의회 내 공화당과 민주당은 ‘미국전략경쟁법’을 초당파적인 합의로 곧 통과시킬 예정이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업 정책을 담은 이 법안은 중국과의 경쟁 승리를 위한 반도체 산업 및 연구·개발 분야 재정 투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중국 인권, 홍콩 및 대만 이슈 등을 함께 밀어붙이는 두 정당 사이에도 차이는 있다. 기후 위기 대응과 관련된 중국과의 협력 이슈다. 기후 위기 자체에 소극적인 공화당에 비해 민주당 내 진보파는 기후 위기를 둘러싼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적극적이다. 나아가 미국의 전통적 군사주의를 축소하고 국방예산을 국내 재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 관계 완화에도 관심이 많다.

아직 미·중 갈등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정도에 따라 거의 좌우된다. 토마스 크리스텐센에 따르면 만일 중국이 글로벌 가치사슬과 생산 협력에서 탈퇴하거나 미국에 대항하는 군사동맹을 만들거나 ‘권위주의 대 민주주의’ 체제 경쟁을 본격화한다면 미국과 중국은 과거 미·소 냉전을 연상케 하는 신(新)냉전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 복귀는 자명하다. 하지만 리더십의 구체적 성격은 불확실하다. 트럼프 덕분에 국제정치와 국내정치 관련성을 확실하게 눈치챈 미국 유권자들이 더 이상 손해 보는 ‘시혜적’ 글로벌 리더십을 용인할 리도 없다.

◇한국이 해야 할 것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지금 우리도 질문을 생산적으로 바꿔야 한다. 주요 2개국(G2) 시대에 미·중 가운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보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자주국방, 공정경제, 기술개발, 정치개혁 등 여전히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 미국정치연구회장


■ 세줄 요약

‘고립’과 ‘개입’의 이중주 : 미국은 ‘공짜 안보’를 갖고 태어나 100년의 고립주의를 거쳤지만 2차대전 이후 양극체제 속에서 50년간 글로벌 리더로 거듭남. 트럼프 시대 미국은 다시 미국 우선주의의 신고립주의로 돌아섬.

바이든 시대 트럼프 잔영 : 바이든 시대 미국의 글로벌 리더 복귀 문제는 트럼프가 만들어 놓은 국내정치의 변화 속에 그려짐. 동맹과 백신을 앞세운 외교가 세계의 환영을 받는 건 확실하나 트럼프 시대의 잔영도 길게 드리워짐.

美 글로벌 리더 복귀 이후 : 미국은 중국과의 ‘파국 없는 경쟁’ 추구. 신냉전 가능성은 크지 않음. 미의 글로벌 리더 복귀는 자명하지만 리더십의 구체적 성격은 불확실. 한국은 미·중 간 선택에 앞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질문해야 함.


■ 용어 설명

‘파국 없는 경쟁(Competition without Catastrophe)’은 커트 캠벨과 제이크 설리번이 2019년 ‘포린 어페어스’에 게재한 논문. 중국에 대한 대응과 공존의 방식을 연구하면서 등장시킨 개념.

‘세력균형’이란 국가 간 힘의 분포가 균등한 상태, 혹은 이를 유지하는 정책을 말함. 국가는 통상 힘을 키우는 상대 국가와 동맹을 체결하거나 자국 군사력을 증대시키는 방식으로 균형을 유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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