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지어 비치지 않게 하라”
시대착오적 과도한 규제 여전
美·英선 특이한 양말 신는날도
“개성 실현할 권리 보장해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 양은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날씨에도 흰색 브래지어 위에 흰색 러닝을 꼭 입는다. 학교에서 “브래지어가 비치지 않게 하라”며 수시로 복장 검사를 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색감과 패턴이 있는 양말을 좋아하지만, 등교할 땐 발목을 덮는 흰 양말만 신는다. 여름엔 발등이 보이지 않는 흰 양말, 겨울엔 검은 스타킹을 착용하는 게 A 양 학교의 규칙이다.
서울 관내 여자 중·고등학교 중 31개 학교에서 교복 치마 길이나 머리 염색뿐만 아니라 속옷 색깔과 무늬, 비침 정도까지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학교의 지나친 복장 규정은 ‘단정함’ 요구를 넘어선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나오자 서울시교육청이 규제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10일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의 학생생활규정을 통해 속옷, 양말, 스타킹 색상이나 모양까지 과도하게 규제하는 학교를 중심으로 ‘특별 컨설팅 및 직권조사’를 실시하겠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우선 31개교 대상으로 특별 컨설팅을 하고 8월 중 관내 중·고등학교 학생생활규정을 점검해 컨설팅이 필요한 학교를 대상으로 과도한 규제를 시정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컨설팅 실시 이후 모니터링을 통해 시정되지 않은 학교에는 직권조사를 통해 시정을 강제할 방침이다.
지난 3월 문장길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속옷 규정이 있는 31개교의 학칙을 분석해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학교별로 ‘하복 블라우스 안에는 무늬가 없는 흰색의 속옷을 갖추어 입는다’ ‘속옷은 무늬 없는 흰색을 제외한 모든 것은 벌점을 부과한다’ 등의 학칙을 정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교육계 안팎에서는 과도한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시대착오적 교육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에선 특이한 양말을 신는 ‘삭스데이(Crazy Socks day)’를 정해 본인의 개성을 최대한 발휘하고, 타인의 개성과 다름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 반해 우리 교육은 여전히 규제와 획일화를 강요하며 학생들의 창의성을 말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에 대한 실내화 착용 의무화도 외국에는 없는 지나친 통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생활규정에 대한 규제를 조속히 시정해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보장하고, 향후에도 학생의 자기 결정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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