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더 커진 빈부격차 민주주의 약화 초래할 수도 정부, 해결능력 못보여주면 국민은 비민주적 방식 의지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주의로 무역장벽 많이 해체되겠지만 미·중 무역충돌은 계속될 것
“민주주의적 기관들(정부기관)이 수행 능력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하면 사람들은 목적 달성을 위해 비민주주의적 방식들에 의지하기 쉽다.”
제프리 프리든 하버드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정부 기관의 신뢰 문제에서 비롯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민주주의적 시스템이 생존하려면 시민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진단은 지난 1월 물러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일방주의로 치달은 트럼프 행정부가 결국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결과 정권을 내줬다고 분석한다. 프리든 교수는 새로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조세 정책, 국제 공조 유지 중시 기조 등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권좌에 오를 수 있도록 한 여건은 여전하며 공화당은 트럼프와 트럼피즘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들의 요구를 잘 수용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뢰를 주지 못하는 정부가 가져오는 혼란과 글로벌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더 뚜렷이 드러났다. 프리든 교수는 “각국이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글로벌 경제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또 반대로 팬데믹은 필수 재화 공급 사슬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인들이 애국주의 포퓰리즘을 표방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현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제법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보다 나은 결과를 얻었다. 두 가지 중요한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극단주의와 트럼프 본인의 성격 때문에 상당수 이탈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실망한 유권자들도 지지를 철회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부상하게 한 여러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미국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피즘(Trumpism)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빈부 격차 확대가 민주주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왜 그런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의 이익을 등한시하거나 혹은 등한시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국민은 기존 정치집단이 자신의 요구를 잘 수용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주의적 기관들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면 사람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비민주주의적 방식들에 의지하기 시작할 것이다. 민주주의적 시스템이 생존하려면 시민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미국 내 빈부 격차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인데 개선을 위해 미국 정부는 어떤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미국 내 불평등은 다양한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적인 문제다. 미국 내 전통적으로 제조업에 특화된 지역들은 수십 년 전부터 쇠퇴하고 있다. 이런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이 현대 경제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주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최선이다. 교육시스템, 인력 개발 방식, 경제 및 사회 인프라를 개선하는 정책에 포함된다. 쇠퇴 지역은 재정 능력을 갖추지 못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어려움을 겪는 지역과 공동체가 우리 경제의 온전한 참여자들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모든 미국인의 이익에 부합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빈부 격차 해소에 적극적이라고 보는가.
“그렇다. 바이든 행정부의 조세 정책은 소득분포상 하위 75%에 해당하는 이들이 지난 30년간 잃은 것을 일부 회복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은 훌륭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 정책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모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 성장에는 정부의 직접 통제하에 있지 않은 많은 요소가 작용한다.”
―유럽연합(EU) 중에는 남부 유럽이, 미주 지역에는 남미에서 민족주의적 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서고 있는데, 이런 경향은 코로나19 상황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나.
“민족주의 포퓰리즘의 부상은 각 지역과 국가에서 다른 형태를 보이긴 하지만 세계적인 현상이다. 남부 유럽뿐 아니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슬로건인 ‘주도권을 되찾자(Take back control)’도 이런 징후 중 하나다. 이런 움직임은 경제적, 정치적 통합을 불편해하고 정부 조직에서 사회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많은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에 발생한다. 각국이 포퓰리즘적 권위주의 상태로 추락하는 것을 막으려면 사회 구성원들의 우려 사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응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프리든 교수는 국제경제와 관련해 코로나19가 가져온 폐쇄 현상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일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과거 각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며 지역 간 장벽을 허물던 추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물리적 봉쇄조치 단행과 같은 국익우선 사례가 나타났지만 본질적 흐름은 아닌 만큼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립주의에 집착하는 바람에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 개방경제가 최대 위기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는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상황은 어떤가.
“미국인 전반과 미국 민주당 내에는 보호주의를 강력히 지지하는 집단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도 이들의 의견이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개방경제로의 급변은 기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다자주의, 그리고 가능한 한 동맹국과 협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운 무역장벽 중 핵심적인 부분을 해체하고, 무역분쟁도 보다 건설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무역 충돌은 계속될 것이며, 동맹국도 분쟁에 참여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이 무역장벽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나.
“무역장벽 강화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지만, 팬데믹 상황을 고려하면 공중보건과 관련한 필수재화의 생산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질 수는 있다. 다만, 개방경제를 선호하는 이들과 폐쇄적 경제를 추구하는 이들 간의 간극이 팬데믹으로 인해 심화됐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경제위기를 겪는다고 해도 달러의 지위는 전혀 하락하지 않았는데, 이런 경향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혼란스러운 시기에 달러는 일종의 ‘피난처(safe haven)’가 된다. 팬데믹을 통해서도 이는 명확해졌다. 신흥시장은 물론 EU와 중국이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분명히 달러가 지배적 통화다. 다만 유로존의 경제가 회복되면 유로가 달러를 어느 정도 따라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 위기에 취약한 글로벌 공급망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유사시를 대비해 자국 내 생산시스템을 갖춰 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큰 정부를 지향하는 국가는 (보건의료 용품과 같은) 필수재화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각국 정부도 비상 공급 시스템을 더 많이 도입하거나 비축량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기조가 국제무역 시스템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팬데믹은 필수재화의 공급사슬이 특히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프리든 교수는 코로나19가 팬데믹 이전에 불던 지역 간 고립주의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보였지만,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정치·경제적으로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EU에 대해서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EU와 유로존 기구에 대한 신뢰가 하락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EU의 미래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하고 있지만, 회원국들은 여러 도전을 받고 있다. EU는 유로존 위기에 잘못된 방식으로 대처했고, 이로 인해 유럽인들의 불만족이 크게 심화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은 유로존 위기 때보다는 나았지만, 완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당수의 유럽인이 유럽 통합을 지지하고, 유로존 국가의 국민 대부분도 유로화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별 정치인, EU 차원의 정치 리더들은 각각의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것에 보다 잘 대응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갈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을 시도하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 조치만을 취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다자주의적 관계를 회복하고, 기존 다자주의 동맹 및 기관들을 통해 행동할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관계에서 목표 달성에 실패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그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소강국면에 접어들면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나.
“미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마찰은 계속될 것이다. 특히 수출기업의 국고보조금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이 국제무역 시스템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매우 복잡한 문제로, 빨리 해소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 경제도 중요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이 재정 안정성을 높이고 수출 의존도를 줄이며 내수경제를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가까운 미래에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