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하안송 기자
그래픽 = 하안송 기자

■ 내분 사회, 헌법 정신에 길을 묻다 - ⑩ 모든 자유의 기반, 사유재산권

文정부 20여차례 부동산정책
초과이익 환수제·임대차 3법
종합부동산세 등 줄줄이 憲訴

조세심판도 현정부 들어 급증
작년 1만5845건으로 최고치
부동산 행정소송도 계속 증가

전두환 정부, 택지개발촉진법
노태우 정부, 토지공개념 3법
김대중 정부, 기업 구조조정
노무현 정부, 종부세 첫 시행


문재인 정부에서 전 국민적 이슈로 부상한 부동산 가격 급등은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은 난제 중의 난제다. 과거 어느 정부도 부동산 문제를 속 시원히 해결한 적이 없고, 최근에는 미국뿐 아니라 공공주택 인프라를 잘 갖춘 독일 등 유럽 선진국들도 주택 가격 급등에 골머리를 앓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부동산 자체가 공급량이 한정된 특수 자원인 탓이 크지만, 부동산 정책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으로 비화하는 현상은 문재인 정부 들어 특히 두드러진다. 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적폐 청산’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밀어붙이기식 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은 ‘징벌적·보복적 조세’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재산권 행사를 직접 제한하는 일부 조치는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면서도 그 행사가 공공복리에도 적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헌법이 정한 ‘조화의 원리’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과거 노태우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도입한 토지공개념이 위헌 결정으로 폐기된 전례가 보여주듯, 공익을 실현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실효성과 지속성을 가지려면 사유재산권 보장이라는 헌법 정신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로 가는 부동산 대책 =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5월 출범하자마자 파격적인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조정대상지역을 추가로 지정하고 이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6·19 대책’이 시작이었다. 이어 등장한 것이 ‘역대급 규제’로 평가되는 ‘8·2 부동산 종합대책’이었다.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라고 명명된 이 대책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양도소득세 인상 △투기지역 내 LTV를 가구당 1건으로 제한하는 등의 다주택자 금융규제 강화 방안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 중이던 일부 조합이 2018년 2월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이 평등권, 재산권, 행복추구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다. 헌재는 재건축 부담금이 해당 단지의 준공 인가가 난 뒤 결정되기 때문에 아직 관리처분 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단지의 경우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같은 해 4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청구인들은 재차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여 차례 이어진 대책에는 부동산에 대한 재산권 행사를 정부가 직접 규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2019년 발표된 ‘12·19 대책’에서 시가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된 것이다. 이 역시 위헌소송으로 이어졌다. 2020년 8월에는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규정한 소위 ‘임대차 3법’이 발표되면서 임대인들의 반발이 일었다. 한 시민단체는 이 가운데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놓고 “임대인의 계약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시장경제 질서의 원칙과 소급입법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금지 원칙에도 반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 밖에도 민간주택임대사업자, 종합부동산세 등 문재인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이 줄줄이 헌법소원으로 이어졌다.

◇조세 저항도 심화 = 정부의 공공 서비스를 위해 국민이 세금을 내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의무다. 하지만 세금은 결국 공공 목적을 위해 사유재산의 일부를 정부에 전이한다는 것이 본질이므로,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조세 관련 사항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의하도록 하는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조세 관련 법적 분쟁이 증가하는 등 조세 저항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국무총리 소속 조세심판원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조세심판 처리 대상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8351건에서 2018년 1만683건, 2019년 1만1703건, 2020년 1만5845건으로 늘었다. 그 전에는 2008년 7115건, 2009년 7650건, 2010년 7210건, 2011년 8150건, 2012년 8278건, 2013년 9717건, 2014년 1만877건, 2015년 1만400건, 2016년 8226건으로 등락을 반복했다.

감소 추세를 보이던 법원의 조세 관련 행정소송도 다시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1심 재판 기준으로 지난 2015년 2600건이 접수됐던 조세 관련 행정소송 건수는 2016년 1926건, 2017년 1819건으로 줄어들었다가 2018년 2018건, 2019년 2098건으로 다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관련 행정소송으로, 건축·토지수용과 관련한 소송 접수 건수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건축 관련 행정소송은 2015년 437건에서 2016년 435건으로 줄었다가 2017년 545건, 2018년 608건, 2019년 718건을 나타냈다. 토지수용 관련 행정소송도 2015년 1353건, 2016년 1414건, 2017년 1643건, 2018년 1641건, 2019년 1738건 등의 추이를 보였다.

◇반복되는 재산권 침해 논란 =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동산이 재산권 관련 ‘핫이슈’가 됐지만, 과거 대부분의 정부도 공공복리나 공공선을 명분으로 각종 정책을 펴다 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바탕으로 국가 주도 산업화를 추진한 박정희 정부는 기업 경영 간섭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정권의 특혜를 받은 기업은 초고속 성장을 이룬 반면 기업 강탈 논란도 있었다. 고금리 사채에 시달리던 기업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단행한 1972년 ‘8·3 사채 동결 조치’는 금융제도 양성화와 기업 경영 실적 개선을 가져왔다는 긍정 평가와 함께, 금융기관 대신 기업에 자금을 대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주택 문제가 부상한 전두환 정부 시절에는 택지개발촉진법이 재산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법은 특정 지역이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되면 사업시행자에게 지구 내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신속한 택지 개발 효과가 있지만, 대규모 녹지 파괴와 토지소유자의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결국 이 법은 지난 2014년 규제 합리화 과정에서 폐지됐다. 노태우 정부는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제, 토지초과이득세 등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해 재산권 침해 논란을 빚었다. 이 역시 관련법이 헌재로부터 헌법 불합치,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각종 부담금 형태로 대체됐다.

김대중 정부는 시대의 흐름에 맞춘 불가피한 정책을 취했음에도 급격한 정책 시행으로 인해 재산권 침해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위기 속에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과 국가 경제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다.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을 퇴출하거나 통폐합하고 대기업 간 ‘빅딜’, 공기업이나 부실기업의 해외 매각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부실기업이나 금융기관 회생을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도 투입됐다. ‘국가 부도 사태’에서 벗어나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였지만,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함으로써 사유재산권과 시장자율권이 훼손되는 ‘관치 경제’ 시대로 되돌아갔다는 비판이 일었다.

노무현 정부도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의 정책을 시행했지만, 이 역시 이중과세나 다주택자 재산권 침해라는 반발을 피할 수 없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스포츠 재단과 관련한 기금 모금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기업 경영의 자율권을 침해했다”는 판단을 받기도 했다.

고문현(전 한국헌법학회장)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 정신은 공동체 유지와 개인의 기본권 보호라는 두 축으로 이뤄져 있는데, 공동체 유지 쪽에만 무게가 실리면 개인의 권리가 침해된다는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적절한 과세 기준이 필요하다. 정부가 세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국민은 ‘세금 폭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박준희·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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