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코(37)·이은혜(여·35) 부부

저희는 이탈리아 로마의 한 음대에서 만났습니다. 피아노과에 재학 중이던 남편은 성악과에 다니던 제게 첫눈에 반했다고 해요. 교수님과 이야기 나누는 제 모습을 보고 예쁘고 상냥하다고 생각했다나요. 저는 안경 낀 남편의 모습에서 똘똘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성의 감정은 달리 없었습니다. 다른 과였지만 겹치는 수업이 많아 저희는 매일 만났어요. 산책, 연주회 관람, 수업 등 모든 일상을 함께했죠. 사귀는 건 아니었으니 썸을 탔던 것 같아요. 제가 그해 겨울 한국에 갔을 때 남편은 허전한 마음이 계속 들어 제가 하루빨리 돌아오길 기다렸다고 합니다. 저도 한국에서 남편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실 그렇게 붙어 다니면서도 이성으로 좋아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떨어져 있어 보니 그립더라고요.

이탈리아로 다시 가서 남편을 오랜만에 만났고 고백을 받았어요. “남자친구로 외국인은 어떻냐?”는 말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남편이 기습 키스를 했어요. 너무 놀라서 남편을 때릴 뻔했습니다. 이후 고백을 받아들여야 할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유학 와서 연애하자니 부모님께도 죄송하고 국제 연애 자체에 대한 걱정도 많이 됐고요. 하지만 결국 내 감정에 충실하기로 결론을 내렸답니다.

첫 데이트는 ‘오스티아 안티카’라는 고대 로마 시대 유적지였어요. 역사 유적지에서 웬 첫 데이트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제가 워낙 역사를 좋아해서요. 남편은 어떤 일을 할 때 제게 늘 “은혜야, 네가 행복하니?”라고 질문합니다. 행복이 우리 삶 속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추구해야 하는 가치인지 남편을 통해 깨달았어요. 이 사람과 함께라면 늘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희는 2018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6년의 긴 연애와 3년의 결혼생활 속에서도 저희 부부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처음엔 남편의 라틴 열정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지금은 남편의 사랑 표현에 저도 매우 정열적으로 답하고 있네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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