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은 수석 무용수 전화 인터뷰
“발레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드디어 이런 날이 왔구나’ 싶어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352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오페라발레단(BOP)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최고 등급 무용수인 ‘에투알(etoile·별)’로 승급한 박세은(32·사진)은 13일 오후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이 끝난 뒤 수석 무용수로 지명됐다. “BOP 관행상 ‘에투알 승급’ 소식은 발표 순간까지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돼요. 입단 때부터 ‘저런 에투알이 되고 싶다’며 동경한 오렐리 뒤퐁 예술감독에게 지명받아 더욱 뜻깊었죠.”
1969년 설립된 BOP의 무용수 등급은 카드리유(군무)-코리페(군무 리더)-쉬제(솔리스트)-프리미에 당쇠르(제1무용수)-에투알(수석 무용수)로 나뉜다. 박세은의 ‘에투알’ 승급은 그가 2011년 준단원으로 입단한 지 10년 만이다. 프랑스의 경우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자국민이나 유럽 출신 무용수를 기용하는 경향이 짙었던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 출신 발레리나가 ‘에투알’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세계 발레계의 역사를 새로 쓴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세은은 “에투알 지명 순간 아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남편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며 “지금도 한국에 갈 때마다 춤 동작을 점검해주는 ‘영원한 은사’ 이재신 선생님(전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께도 특별한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선 “실력보다는 타이밍”이라며 겸손해했다. “먼저 길을 걸어간 선배들 가운데 저보다 훌륭한 발레리나는 많았어요. 그들은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인종 장벽’ 같은 외부 조건 때문에 ‘유리 천장’을 뚫지 못했죠. 굳건해 보였던 장벽이 세월이 흐르며 낮아진 덕분에 저에게 기회가 온 것 같아요. 앞으로 BOP의 에투알로서 ‘돈키호테’ ‘지젤’ 같은 클래식한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어요.” 박세은은 자신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후배들을 향해선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발레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나 힘든 종목이지만 재능을 믿고 주어진 여건에 감사하며 즐기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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