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여 년 전 전국시대 때 이야기다. 위(魏)나라 혜왕(惠王)과 제(齊)나라 위왕(威王)이 회동을 했다. 혜왕은 과시욕이 강한 사람으로 맹자에게 ‘오십보백보’라는 핀잔을 들은 당사자다. 국력이 약했던 혜왕은 무엇으로든 기선 제압을 하고 싶었는지 위왕에게 “제나라에도 보석이 있습니까?”라고 뜬금없이 묻는다. 제나라 왕이 무심한 듯 “없습니다”라고 하자 혜왕은 우쭐거리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우리는 수레 앞뒤 12대를 비출 수 있는 보석이 10개나 있는데 제나라같이 큰 나라에 보석이 없다니요?” 그 말을 들은 제나라 왕이 “내가 보석으로 여기는 것과 왕께서 보석으로 여기는 것이 다르군요. 내게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며 국경을 철통같이 지키는 4명의 신하가 있습니다. 이들은 장차 천 리를 비추는 인재들인데 겨우 수레 12대를 비추는 보석에 비하겠습니까?”라고 하자 혜왕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살아온 환경과 성향에 따라 가치관도 다르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도 다르다. 이른바 속이 허한 사람은 외양을 꾸미는 데 치중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외양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기울인다. 길거리에서 요란스러운 튜닝으로 귀를 따갑게 하는 승용차를 보면 차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이 간다. 오죽 내세울 것이 없으면 사람의 이목을 끌어보려 저러고 다니는지 딱하다는 생각도 든다. 2400년 전 혜왕이나 지금의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동창회에 보석을 두르고 나와 거들먹거리는 동창에게 “내게는 내 자식이 귀한 보석이다”라고 했다는 지인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열등감을 감추려 허세를 부린 부끄러운 이야기다. 명품을 휘감았다고 그 사람이 명품은 아니다.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하며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보석보다 더 아름답다. 겉모습을 어찌 꾸미든 인품은 자연스레 드러나기 마련이다.

중동고 교장,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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