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원희룡 제주지사가 인공지능(AI) 활용 스마트학습 시범 학교인 제주시 조천읍 함덕초 선인분교 6학년 풀님반 교실을 찾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지난 10일 원희룡 제주지사가 인공지능(AI) 활용 스마트학습 시범 학교인 제주시 조천읍 함덕초 선인분교 6학년 풀님반 교실을 찾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제주도 전국 최초 AI 활용
스마트학습 시범학교 가보니…

학생 “시간·장소 구애없이 공부
다른학생과 대화도 가능했으면”

元지사 “교육불평등 해소 도움
내년부터 대상학교 확대 검토”

올 4월부터 6개 학교서 ‘홈 런’
정규 교과과정 연계 맞춤 학습


“안녕하세요. 도지사입니다. 여러분이 활용하고 있는 인공지능(AI) 학습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난 10일 오후 제주 시내에서 차로 40분 떨어져 있는 조천읍 함덕초 선인분교 6학년 풀님반 학생 9명 앞에 원희룡 제주지사가 이같이 말하며 깜짝 등장했다. 이날 교실의 모습은 보통 사람이 상상하는 것과 조금 달랐다. 수업은 스마트 학습기인 ‘홈런(Home-learn)’을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전통적인 칠판과 공책 필기가 없는 첨단 교실로, 학생들은 교사의 지도에 따라 검은색 필기펜으로 학습기 화면을 눌러 문제를 풀고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있었다. 교사가 ‘표’와 ‘그래프’의 의미를 설명하며 교실에 설치된 55인치 TV 화면을 통해 ‘초·중학생 희망직업 상위 10위 추이’를 띄우자, 학생 간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함덕초 선인분교는 올해 4월 제주도가 시작한 ‘AI 활용 스마트 학습 시범사업’ 대상 6개 학교 중 한 곳이다. 이 사업은 AI를 학교 정규 교과 과정과 연계해 학생 개인별 학습 수준 등을 분석하고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학교 정규 수업시간에 AI를 도입한 것은 전국 최초의 시도로, 제주도가 학교에 예산을 지원해 학교가 AI 교육과정을 선택하고 있다. 학교 정규 수업 운영 권한은 오롯이 학교와 교사에 있기 때문에 AI를 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다.

도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이 사업이 학교·가정별 교육 여건에서 비롯되는 학력 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함덕초 선인분교를 비롯해 가파초·우도초·추자초 등 제주도 내 6개 학교 재학생 140명이 스마트 학습기를 통해 일대일 온라인 교육 및 복습을 하고 있다. 이날 원 지사는 사업 대상자이자 소비자인 초등생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교실을 찾았다.

원 지사는 우선 AI 활용이 공부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묻는 것으로 학생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진현재 학생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공부할 수 있어 좋다”고 했고, 김소라 학생도 “AI 덕분에 멀리까지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김서찬 학생은 “지루하지 않고 특히 ‘글로벌리더십 과정’에 있는 영상들을 많이 보고 있다”고 엄지손을 치켜들었다.

처음 만난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원 지사는 사전에 준비해 온 ‘OX 퀴즈’를 이어나갔다.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AI로 공부한 적이 있다’는 첫 번째 퀴즈에 학생 9명 전원이 ‘O’라고 답했다. ‘교과서 이외에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는 퀴즈에도 학생들의 답은 같았다.

‘담임 선생님과 AI 선생님 간 차이점’에 대한 원 지사의 질문에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은 지식을 알려주시고 AI는 알고 있는지를 검사한다” “담임 선생님과는 소통이 되지만 AI 선생님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원 지사의 낯선 물음에 주저하지 않고 AI 활용 소감을 밝히는 학생들의 반응에서 학습에 대한 열의가 확실히 느껴졌다.

학생들은 눈앞에 있는 원 지사에게 건의 사항도 막힘없이 밝혔다. 한 학생은 “스마트 학습기를 이용 중인 다른 학생들과 기기상에서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또 다른 학생은 “영상이 너무 긴 것 같으니 각 5분 이내로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많이 이용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별 이벤트를 준비해달라”는 건의에 온 교실이 웃음바다가 됐다.

학생들과 대화 내용을 꼼꼼히 메모한 원 지사는 “오늘 들은 건의사항을 반영해 앞으로 더 좋은 사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학생 9명을 모두 호명했다. 제주도는 올해 학교별 사업 성과를 분석, 평가해 내년부터 대상 학교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교육 전문가도 제주도의 실험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김한나 총신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첨단 기기 활용능력을 높이고 기초학력을 다지는 데 AI가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도의 시범 사업이 교육 현장에서 스마트 학습 확산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도시와 농어촌 지역 간의 교육 격차가 커지고 있어 교육 복지 차원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며 “AI를 활용하면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분석하면서 부족한 부분만 모아 집중적으로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 불평등 해소에 큰 효과가 있어 농어촌 등 교육 오지를 중심으로 적극 도입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제주 =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노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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