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새 가족들에게

이곳에 이사를 온 지도 6개월이 지났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 올라와 10년간 산 서울을 떠난다는 건 큰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부산이라니. 연고가 없기론 서울이나 부산이나 마찬가지겠지만 10년은 익숙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니까요. 그러나 그들 곁이라는 말엔 무엇보다 큰 힘이 있었습니다. 이사를 결정하고 실행하기까지 고작 2주밖에 걸리지 않았으니까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언니와 그녀의 부모님, 친척들, 몇몇 동네 친구…. 우린 전부 한동네에 모여 삽니다. 3분이면 달려갈 만한 곳에 각자의 집이 있어요. 거의 매일 함께 밥을 먹고 서로의 일을 돕습니다. 언니는 신을 모시는 제자입니다. 법당에서 점을 보거나 기도에 정진하는 게 그녀의 일상입니다. 어른들은 떡집이나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시고, 카페를 운영하는 친구와 회사원도 있습니다. 저흰 서로를 가족이라 부릅니다. 성씨와 뿌리가 다르지만, 가족이길 선택한 가족이라고요. 이곳에 이사 온 첫날부터 그리 들었습니다. 우린 이제 가족이니 의지하며 살자고 말입니다.

저는 언니와 먼저 인연을 맺었습니다. 오랜 시간 신경증에 시달리던 절 고쳐낸 게 바로 언니였거든요. 그게 인연이 돼 서울에 살면서도 매주 부산으로 인사를 왔고, 왕래한 지 4년째가 돼서야 이사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었습니다. 끼니때마다 챙겨 먹었냐고 묻는다거나, 반찬을 할 때면 이 집 저 집 나눠준다거나, 아프면 누가 찾아온다거나…. 연고 없는 곳에서 10년 차 자취생활을 해본 저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TV 보고, 뭐든 혼자인 게 익숙한 사뭇 외로운 삶이었으니까요. 그들의 호의가 빚으로 남고, 어찌 다 갚을지에 대한 걱정에 끙끙 앓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들은 웃는 얼굴로 말할 뿐입니다. 왜 그리 걱정하냐고. 가족에게는 도움 좀 받고 살아도 괜찮은 거라고요. 어느덧 혼자인 삶으론 돌아가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인간의 정이란 이다지도 무서운 거겠지요.

세상에 진짜 사랑이란 게 존재하는 거라면 그건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든 일이 있다면 결코 곁을 떠나지 않는다거나 무슨 일이든 발 벗고 돕는다거나 조금 손해 보더라도 웃음을 잃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주는…. 이곳 가족들은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서로를 오롯이 믿고 절대 계산하지 않으며 말입니다.

시대가 변해 요즘은 홀로 하는 무엇이 인기라지요. 그러나 여럿이 공감하는 것만큼 마음이 든든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길 바랍니다. 공동체의 근사함을 가르쳐 준 이곳 식구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함을 전합니다. 천상제자 미미, 옆 동의 어머니·아버지, 이모님·이모부님, 내 자식 같은 여섯 살배기, 윗마을에 계시는 어머니와 이모님들, 아랫마을에 사는 대표님, 저와 성격이 퍽 닮은 형, 한창 일이 바쁠 J 언니까지도요.

이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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