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논설고문

‘그 자리에 앉아 낙서를 했지/ 종이 위에 순서 없이 흘린 말들이/ 네가 되는 것을 보았지’. 밴드 못(Mot)이 2004년 제1집 앨범 ‘비선형(非線形)’에 담은 노래 ‘카페인’의 첫 부분이다. 또 다른 수록곡 ‘날개’ 첫 부분은 ‘우린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만 날았지/ 처음 보는 세상은 너무 아름답고 슬펐지’ 한다. 못을 결성해 가요계에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이이언(eAeon·45)이 작사·작곡해 부른 노래들이다. 13곡이 담긴 그 앨범은 2008년 제5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을 받았다.

연세대 전파공학과 94학번으로, 본명이 이용현인 그는 졸업하면서 진로를 바꿨다. 2008년 또 다른 밴드인 나이트 오프(Night Off)를 결성하기도 했고, 2012년 정규 솔로 제1집 ‘길트 프리(Guilt-Free)’는 “정교한 건축물처럼 소리 하나하나를 치밀하게 축조한 신비로운 음악”이라는 평판을 들었다. 그를 일컫는 표현은 다채롭다. ‘어둡고 우울한 정서를 격조 높게 대중성과 접목하는 독보적 뮤지션’ ‘몽환적이고 철학적인 음악 세계’ ‘방탄소년단(BTS) 리더 RM도 반한 천재 음악가’ ‘이 세상에 없는 음악을 만드는 탁월한 창의성’ 등이다.

그는 9년 만의 솔로 정규 앨범인 제2집 ‘프래질(Fragile)’을 지난 4월 30일 발표했다. 타이틀 곡 ‘그러지 마’는 ‘지금 여기를 만든 우리잖아/ 더 힘든 시간도 견딘 둘이잖아/ 이런 게 우리의 끝은 아니잖아/ 아직 우린 못다 한 일이 많아’ 하고 시작한다. 최근 해외에서도 크게 인기를 모아 아이튠즈 월드 차트 1위에 오른 노래로, 이런 대목도 있다. ‘파도는 원래 무슨 색일까요/ 부서질 땐 하얗잖아요/ 그간의 표류는 괜찮았나요/ 여기 조약돌로 남아주면 안 돼요/ 달을 켜줘요/ 작은 내 굴뚝을 떠나지 마세요/ 그대만 아는 그 이름 가져가지 마세요/ 마법은 필요 없어요/ 아무 들꽃은 싫어요/ 새삼스럽지 말아요/ 그냥 여기에’. 그는 “1집을 만들 때는 화두가 ‘죄책감’이었으나, 이번엔 ‘인간 영혼의 연약함’이었다. 상처받은 마음과 연약함을 계속 다잡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삶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냥’ ‘많은 밤을 지나’ ‘우리 함께 길을 잃어요’ ‘언제까지나 우린’ 등 수록곡 11곡 모두 진솔한 음악 메시지로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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