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존엄사후 장기이식… 3명에게 새 생명 주고 떠나

52세 男 작년 7월 연명의료 중단
가족들 의지… 간·신장 2개 기증
수혜자 예후 본후 1년지나 공개

지난 2018년 2월 존엄사 선택이 가능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연명 의료를 중단한 뒤 3명에게 장기이식을 한 사례가 나왔다.

고려대안암병원 중환자외과 이재명 교수팀은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임종기에 처한 52세 남성 환자 A 씨의 연명 의료를 중단한 뒤, 간과 신장을 총 3명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한 첫 사례를 의학계에 보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연명 의료는 의학적으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체외생명유지술, 수혈, 승압제(혈압을 높이는 약물) 투여 등을 통해 임종과정 기간만을 연장하는 치료를 말한다. A 씨의 사례는 전날 온라인으로 발간된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게재됐다.

A 씨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사실상 뇌사 상태에 빠졌다. 장기 기증을 위한 뇌사 기준에는 맞지 않았지만 의료진과 보호자 측은 A 씨가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임종기’라는 사실에 동의했다. 가족들은 의료진과 논의 끝에 A 씨를 의미 없이 떠나 보내기보다는 장기 기증을 통해 다른 생명을 살리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 3일 오후 8시쯤 인공호흡기가 제거되고 승압제 투여가 중단되자 약 15분 뒤 A 씨의 심장박동이 멈췄다. 의료진은 5분이 지나고 사망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A 씨의 간과 두 개의 신장은 3명의 수혜자에게 각각 기증됐다. A 씨의 사례는 수혜자의 예후 등을 살펴 사망한 지 1년이 다 돼서야 정식으로 공개됐다.

고통만 연장하는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5월 말 기준 93만2320명에 이르러 3분기 중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이식으로의 연결은 크게 확산되지 않고 있다.

이 교수는 “당시 환자의 가족들이 상당히 힘들어했지만, 감정을 추스르고 난 뒤에는 좋은 일을 하고 보내드리겠다는 의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