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러와 정상회담 앞두고‘신경전’

바이든, 푸틴보다 회담장 도착 늦춰
말실수 우려에 기자회견도 제각각
4~5시간 회담도중 식사도 안하기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사진) 러시아 대통령의 ‘상습 지각’을 원천 봉쇄하라.”

‘살인자’ ‘못생겼으면 거울 보고 화내지 마라’ 등 만남 전부터 치열한 장외 신경전을 벌였던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진다. 백악관은 푸틴 대통령의 지각을 막기 위해 회담장 도착 순서를 조정하고, 기자회견도 따로 갖기로 하는 등 미·러 양국이 기선제압을 위한 피 말리는 눈치 싸움을 이어갔다.

15일 AP통신·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이날 회담 개최지인 제네바로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푸틴 대통령이 오후 1시쯤 회담장(빌라 라 그렁주)에 먼저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도착 후 (기 파르믈랭) 스위스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뒤에 도착해 안으로 안내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두 정상의 도착순서가 눈길을 끄는 것은 푸틴 대통령의 지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기다리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 지각해 한밤중인 오후 11시 15분에야 회담이 시작되는 등 상습적인 지각으로 상대국 정상들을 곤란하게 만든 사례가 부지기수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날 때도 예정보다 35분 늦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히려 회담장에 약 20분 늦게 도착해 회담이 1시간가량 지연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상회담 개최 장소인 스위스 제네바의 18세기 고택 ‘빌라 라 그렁주’ 내부 회담장 모습.   러시아 외교부 페이스북 캡처
정상회담 개최 장소인 스위스 제네바의 18세기 고택 ‘빌라 라 그렁주’ 내부 회담장 모습. 러시아 외교부 페이스북 캡처
미·러 정상은 4∼5시간 정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인수 및 확대 정상회담 도중 식사를 같이하지도 않는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휴식시간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식사는 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이나 참석자들이 약간의 물이나 커피, 차 정도는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가진 정상회담에서 대부분 공동 기자회견을 했지만 이번에는 기자회견도 따로 하기로 했다. 기자회견 역시 푸틴 대통령이 먼저 진행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어서 회견장에 등장한다. 두 정상이 따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평소 말실수가 잦은 바이든 대통령의 특성상 자칫 기자회견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는 2026년 만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을 비롯해 랜섬웨어 등 사이버 공격 조사 협조, 우크라이나 국경 긴장 고조, 벨라루스 사태, 러시아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탄압 문제 등 산적한 현안들이 다뤄질 예정이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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