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올해도 추가 세수(稅收)가 예상된다면서 이를 재원으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추가 세수로 추경을 편성하겠다”면서 생색내는 품이 마치 ‘공돈’이라도 들어와서 추경을 편성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경제학에 추가 세수든 초과 세수든 그런 것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부가 예측에 실패해 예상보다 더 걷힌 국세수입이 있을 뿐이다.
세수는 조세수입(租稅收入)의 약자다. 조세수입은 국세수입과 지방세수입으로 나뉜다. 국세수입은 기획재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를 통해 파악할 수 있지만, 지방세 수입은 신속한 파악이 어렵다. 따라서 현재 올해 2차 추경 재원으로 논의하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세수가 아니고 국세수입이다. 추경을 편성하면서 예상보다 더 걷힌 국세수입을 재원으로 쓴 사례는 과거에도 있을 수 있지만, “추가 국세수입을 재원으로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추경을 편성하겠다”며 대대적으로 생색을 낸 것은 필자가 기억하기로는 문 정부가 처음이다. 문 정부는 2017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시절 11조2000억 원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초과 세수 8조8000억 원, 세계잉여금 1조1000억 원, 기금 여유 자금 1조3000억 원’을 재원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당시 기재부가 얘기한 초과 세수는 ‘기재부가 2017년 본예산을 편성할 때 예상한 것보다 더 걷힌 국세수입’을 뜻한다. 그러나 경제학에서 대개 ‘초과(excessive)’라는 말은 ‘균형(equilibrium)’ 또는 ‘적정(optimal)’ 수치가 상정되고 난 뒤 그 수치를 넘어섰을 때 사용한다. 올해 적정 세수가 얼마인지 밝힌 적도 없으면서 초과 세수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초과 세수라는 말은 이명박 정부에서 회자된 ‘초과이익공유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생전의 이건희 삼성 회장은 “(초과이익공유제가)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라고 일갈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나 미국의 애플·테슬라의 ‘균형 또는 적정 이익’을 계산해내야 그걸 넘는 이익을 초과이익이라고 부를 수 있을 텐데, 기업의 균형 또는 적정 이익을 계산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초과 세수나 초과이익공유제가 국민을 현혹하기 위해 만들어진, 처음부터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황당한 용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올해 2차 추경 편성 방침을 밝히면서 2017년 초과 세수라고 표현했던 것을 추가 세수로 슬그머니 바꿨다. 예컨대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예산보다 늘어난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경 편성”을 지시했다. 그나마 추가 세수는 초과 세수보다는 좀 나은 표현이지만, 여전히 국민을 호도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주장하는 올해 추가 세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126조4000억 원(올해 1차 추경 기준)을 가정하고 짠 예산에서 정부가 전망한 국세수입보다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돈일 뿐이다. 초과 세수니 추가 세수니 하는 꼼수로 국민을 현혹할 시간이 있으면 최악의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