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兆 추가 세수로 2차추경 추진
재난지원금에 신용카드 캐시백
현재 밝힌 것만 32兆 훌쩍 넘어
대선 앞두고 각종 ‘소득론’ 경쟁
재원조달 방안은 하나도 안내놔
내년 대통령선거(3월 9일)를 앞두고 경제 정책 중에서 가장 ‘정치 바람’을 타고 있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걷고 쓰는 재정 분야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요즘 재정 정책이나 정치인들의 공약을 보면 가관(可觀)”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17일 문화일보가 역대 정부의 국가채무 증가액을 추산한 결과,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채무는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339조 원이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내놓은 연말 국가채무 전망치(965조9000억 원)에서 문 정부 출범(2017년 5월) 직전인 2016년 말 국가채무(626조9000억 원)를 뺀 수치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 대응 과정에서 국가채무가 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채무는 폭증했기 때문이다. 국가채무는 노무현 정부에서는 165조4000억 원, 이명박 정부에서는 143조9000억 원, 박근혜 정부에서는 183조8000억 원이 각각 늘었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현재 2차 전(全) 국민 재난지원금(5차 재난지원금), 자영업자 손실보상 등을 담은 올해 2차 추경을 편성하고 있다. 당정은 2차 추경과 ‘202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신용카드 캐시백’까지 넣겠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캐시백은 카드 사용액이 특정 비교 시점보다 많으면 증가분의 일정 비율을 카드 포인트로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카드 포인트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현금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역사상 신용카드를 더 썼다고 현금을 주는 제도가 시행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당정은 “올해 2차 추경은 예상보다 더 걷힌 32조 원 안팎의 ‘추가 세수’로 적자 국채 발행 없이 편성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당정이 추경에 넣겠다고 밝힌 사용처만 합산해도 32조 원을 훌쩍 넘는다. 재정이 화수분도 아닌데, 돈 나올 구멍은 생각도 하지 않고 무조건 쓰겠다고 발표부터 하고 보는 형국이다.
정부는 정권 마지막 해인 내년까지도 확장 재정을 편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재정전략회의에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9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은 기본소득, 안심소득, 공정소득, 부(負·마이너스)의 소득세 등 국민에게 ‘공짜 돈’을 나눠주겠다는 각종 소득론(論)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정치권은 “재원 조달 방안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각종 소득론 중에서 엄밀한 의미에서 재원 조달 방안이 발표된 것은 하나도 없다.
현 정부의 재정 정책과 대선 주자들의 공약에 대한 경제계의 평가는 싸늘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의 기조를 바꾸려고 하는 상황에서 재정 정책에 대한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며 “올해만 살고 그만둘 것처럼 마구 재정을 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호(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전 한국경제학회장은 “현대 민주주의는 전제 군주들이 돈을 마구잡이로 쓰는 것을 제어하는 차원에서 투표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선출직 권력만 세금을 쓸 수 있도록 하려고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런데 요즘은 투표로 뽑은 사람들이 국민 세금을 마구잡이로 써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우선은 국민이 표(票)만 의식한 무책임한 정책을 현명하게 걸러내야 하고, 정치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이정우 기자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